작성자: 기업의 의사결정 실패사례와 대응책
작성일: 2001/06/22 [22:46]

기업의 의사결정 실패사례와 대응책


런던 밀레니엄 돔 관광객 유치 실패 이후 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두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선 이들은 이 돔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1,200만의 방문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전문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둘째 언론의 부정적 논평을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돔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들을 통해서 실패한 의사결정의 특징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즉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결정을 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선별하여 해석하며, 실패한 이후에는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돔이 건축되기 전에 수주한 경영 컨설턴트들의 보고서에는 이 돔이 정확히 1,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쓰여 있지 않았다. 주요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 유치 가능한 최대 수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정도 유치를 하려면 사람들이 돔의 콘텐츠에 대해 강렬한 흥미를 느껴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마침내 돔이 개장되었지만 프로젝트가 잘 되기를 바라던 사람들조차 관람을 하지 않는 등 유치객의 수는 창피할 정도로 적은 650만명에 불과했다.

코카콜라가 1985년 자사 탄산음료의 제조법을 바꾸기로 했을 때 시장조사 결과도 이를 지지하는 듯했다. 시음회에서 실험대상 그룹은 신제품을 이전 제품이나 펩시보다 선호한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소수의 시장 조사 그룹들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이었는데, 이들은 코카콜라가 신제품을 도입하면서 이전 제품을 없애버릴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코카콜라가 의도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사람들은 분노했다.

회사는 이러한 반응들을 무시했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클래식 코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은 분노를 유발시켰다. 코카콜라는 회사 명예에 상당한 손상을 입은 후에야 구 제품을 부활시켰다.

브리티시항공이 후미 수직안정판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대신 세계 유명 예술작품의 문양을 붙이기로 한 결정도 긍정적인 고객 반응의 결과 나온 것이었다. 오로지 하나의 계층, 즉 나이든 영국 시민들만이 이를 반대했다. 불행히도 가장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주고객 중 대부분은 이 계층에 속했다. 이들 계층이 주로 읽는 신문은 브리티시항공의 새 디자인에 반대하는 운동을 끊임없이 펼쳤다. 이 계층이 지지하는 정치적 지도자 마가렛 대처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에 굴복한 브리티시항공사는 유니언 잭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통제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극적인 일을 통해 명성을 얻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회사를 변혁시킴으로써 역사적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코카콜라 사장이었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가 뉴 코크를 내놓았을 때 그는 이를 "회사의 100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음료 마케팅의 발전"이라고 선언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밀레니엄 돔이 "노동당의 차기 선거 선언문의 첫 줄을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와위크대학 '응용인지과학연구소'의 닉 체이터 이사는 "사람들은 '이것은 내가 했다'고 말하기를 무척이나 원한다"고 말한다.

경영자가 어떤 프로젝트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기로 결정한 순간, 조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이에 회의적이라고 해도 이를 지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타당하다고 믿는다. 잠재적 위험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이고 충성심이 없다고 간주된다. 사장과 의견충돌을 벌여서는 출세하기 어렵다. 생계를 위해 CEO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사외이사들도 의견충돌을 피하기는 마찬가지다.

뉴 코크의 출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에서 코카콜라의 이사들은 자리에 놓인 클래식 코크와 뉴 코크를 비교 시음했다.

"이사회에서 뉴 코크의 새로운 맛은 정중하기는 하지만 열렬하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고이주에타에 대한 맹종과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사회는 판단을 보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달고 진하고 뭔가 밋밋한 맛의 새로운 콜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고이주에타의 전기 작가인 데이빗 그레이싱은 말한다.

강력한 지도자가 없는 경우에도 다른 많은 이사회와 위원회는 이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결코 하지 않을 결정을 집단적으로는 행하게 되는 것이다. 회의실 탁자 건너편에 있는 동료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면 자신의 의심을 억누른다. 모든 현명한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면 아마도 그것은 옳은 결정일 것이라 믿는다. 다른 임원 모두가 자신처럼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감있는 경영자들은 보통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찾는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이들은 자신의 판단을 지지하는 것에만 의존한다. 좋고 나쁜 모든 증거를 고려하는 경영자들도 한가지 문제만은 고려하지 못한다. 전문가의 전망은 종종 틀리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콜린 캐머러와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의 에릭 존슨은 전문가들이 얼마나 예측을 잘하는 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한가지 중요한 결점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많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망은 잘못하는 것일까?'라는 부제가 딸린 이 보고서에서 이들은 임상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경험이 많은 임상심리학자들은 성격장애자를 판단함에 있어 훈련받지 않은 학생이나 비서들보다는 정확했지만 대학원 학생에 비해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다른 연구 결과, 숙련된 외과 의사나 경험이 적은 신출내기 의사나 수술 이후 환자가 얼마나 빨리 퇴원할 것인가를 예측하는데 있어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확성을 기할 수는 있지만 경험은 정확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캐머러 교수와 존슨 교수는 주장한다.

체이터 교수는 와위크대 심리학과 교수인 코엔 램버트와 함께 기업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원인을 연구한 결과 기상예측자와 브릿지 선수 두 그룹만이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그들이 피드백을 빠르게 그리고 자주 받기 때문이다. 브리지 선수들은 (한 패가 끝나게 되면) 그들이 자신의 예상한 대로 트릭을 얻어낼 수 있는지 거의 즉각적으로 알게 된다. 기상캐스터는 24시간 이내에 예보가 정확했는지를 알게 된다.

경영자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점을 알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왜 실패했는지 그 원인도 분명치 않다. 일반적으로 일이 잘못되는 경우 몇가지 이유가 있고, 경영자도 모두가 그런 것처럼 다른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탓하기 마련이다. 가령 경제가 예상 밖으로 둔화했다든지, 유가가 급상승했다든지 또는 언론의 방해로 사업이 실패했다든지 등등이다.

프로젝트 실패가 분명해졌음에도 많은 경영진들은 이를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 중단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되었고, 경영진들의 명성이 위기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중도에 포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시작할 때 반대했던 사람들 보다 더한 배신자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면 기업들이 틀린 결정을 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험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만일 모든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했다면 비행기, 위성방송, 혹은 철도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조심성이 많은 경영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벌이는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전적으로 확신하는 사람은 없다.

체이터 교수는 해결책으로 사업프로젝트에 일정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중단할 것을 사전에 합의할 것을 제시한다. 또한 그는 사업중단의 결정을 독립 사외이사처럼 당초 사업진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양할 것을 제의한다. 하지만 그는 이 방식이 기업지배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사들은 기업 의사결정에 집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사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조직 내 반대자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체이터 교수는 회의론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기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난 후 뒤돌아 서서 '고맙다. 애초부터 당신 말에 귀기울였어야 했었다'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FINANCIAL TIMES』 (英) 2001.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