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형'이 아닌 '축구형' 조직의 감독이 되라
'작은 조직'을 '최강의 조직'으로 변모시키는 비결

회사의 방향성을 파악해 독자적 전략을 설정하라

오늘날은 대형 탱커가 선체를 돌리는 것 같은 자유롭지 못한 기업경영으로는 비지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스피드에 대처할 수 없는 IT시대다. 그렇다면, '작은 조직'의 매니저들은 이러한 스피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나는 평소 '21세기의 조직은 야구형이 아닌 축구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축구는 야구에 비해 개개인의 판단이 보다 많이 요구되는 속도가 빠른 스포츠다. 왜냐하면 스리아웃으로 공수를 교대하는 경우 수비가 제 포지션에 설 때까지 TV 광고를 내보낼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슛을 한 선수도 재빨리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 '순간적 동작'이 승부를 좌우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 두 경기의 감독에게 요구되는 자질에도 당연히 커다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는 시합 도중에 다음 볼을 칠 것인지 번트를 댈 것인지 등의 세밀한 지시를 그때그때 선수들에게 명령할 수가 있다. 따라서 감독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관리야구'라 불리는 바와 같이 각 선수들의 스킬에 맞추어 '구체적인 명령'을 얼마나 잘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반면 공격과 수비가 맹렬하게 교체되는 축구에서는 게임 도중에 감독이 선수들에게 일일이 구체적인 명령을 내릴 수가 없다. 따라서 승부의 열쇠는 시합이 시작되기 전까지 '카운터를 노려라' 등과 같은 전략 수준의 '추상적인 메시지'를 감독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철저히 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작은 조직'의 매니저는 전략 수준의 '추상적인 메시지'에 따라 순간마다 자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부하를 거느린 축구형 조직의 지휘관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작은 조직'의 매니저는 일상의 업무만으로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전략 수준의 '추상적인 메시지'를 부하들에게 전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 근원이 되어야 할 최고경영자의 비전이 '어떻게든 매출을 늘려라' 등과 같이 불합리하면서도 애매모호한 탓에, 사방이 꽉 막힌 사고방식에 의해 쫓길 수밖에 없는 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업이 점점 더 복잡화·고도화되어 가는 오늘날에는 전사적인 비전이나 전략은 자칫 잘못하면 어느 회사에서나 통용될 법한 그야말로 '애매모호'한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현장에서 뛰는 매니저들에게는 회사의 방향성과 경영전략을 충분히 파악하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전략을 설정해 나가는 능력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해서 단순히 부하를 관리하는 것이 상사의 역할이었던 종래와는 달리 최고경영자의 '추상적인 메시지'를 자기 나름대로 부하에게 전달하며 이끌고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 사례를 곁들여서 얘기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추상적인 메시지'를 부하에게 전달할 때 새겨두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부하에게 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인 이미지'가 부하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도록 화법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주의'라 하면 모든 회사가 지향해야 할 전략이다. 그러나 고객주의를 '상대방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는 식의 낮은 수준으로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사원이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것은 현장의 매니저가 부하들에게 고객주의가 뜻하는 바에 대해 '고객의 니즈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반걸음 앞서 나아가는 것'이라는 본질적인 수준까지 이해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면하려면 전략에 대해 얘기할 때 반드시 비유를 들거나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여가며 얘기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작은 조직'에서는 특히 부하의 구체적인 성공사례(혹은 실패사례)를 맨 먼저 거론하여 팀이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총체적인 조직력을 조금이라도 증강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격변하는 시대이니 만큼 현장의 매니저는 '추상적인 메시지'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고객의 니즈가 정신없이 변화하는 오늘날에는 '구체적인 명령'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변경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부하의 행동가치관이나 규범이 되는 '추상적인 메시지'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축구의 예로 말하자면, 공격적 포진으로 임할 것인가 수비적 포진으로 임할 것인가 하는 전략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선수들은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감독에 대한 신뢰를 점차 잃어가는 것과도 같은 이유다.

또한 비즈니스는 '허울좋은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세계다. 예를 들어 고객제일주의를 관철하고자 하더라도 밑도 끝도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니저가 말하는 '추상적인 메시지'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허울좋은 말'이므로 부하가 날마다 일을 해 나가는 가운데 '그렇게 해서는 순조롭게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 것이다.

따라서 부하가 '그건 과장님이 말씀하신 고객만족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등과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고객제일주의의 이유나 배경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그것은 이러이러한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새로운 견해를 부하에게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는 부하가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을 때 그것을 '정신론'으로 받아치는 매니저다. 그러나 부하의 자율적인 사고를 정지시켜버리는 이러한 지휘관 밑에서는 '추상적인 메시지'는 그 근거를 잃게 되며 팀의 가치관이나 행동규범은 와해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상사의 모든 행동이 드러나 보이는 '작은 조직'이라면 이러한 현상이 더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부하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3가지 조건

한편 성과주의나 실력주의가 침투됨에 따라 부하의 노력에 대해 종전과 같이 '승진'이나 '급료인상'에 의한 보상이 불가능해졌다고 고민하는 '작은 조직'의 매니저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높은 자율성을 지닌 조직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부하가 직급이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식의 '외적요인성 커미트먼트(Commitment: 의욕)'가 아닌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는 '내적요인성 커미트먼트'를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당근과 채찍'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한 동기는 부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하의 '내적요인성 커미트먼트'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한 조건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부하의 업무에 대해 명확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전후 일본의 유명 경영자들은 부하에게 '이것은 사회를 위한 일이다'라는 커다란 목적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사업에 성공했다. 부하가 스스로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역시 매니지먼트의 왕도인 것이다.

둘째는 부하에게 업무 프로세스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부하를 신뢰하고 일을 맡겼을 때 비로소 부하는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부하에게 일에 대한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에게 '골을 넣은 순간'과 같은 성공체험을 끊임없이 의식할 수 있도록 해주어 진취적인 마음가짐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리더만이 '작은 조직'을 시대 변화의 스피드를 초월한 '최강의 조직'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