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석(광운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 5월1일 베이징 최대 백화점 중 하나인 시단상창(西單商場)의 한 TV 판매 코너.

머리칼이 허연 한 신사가 고객들을 상대로 TV 신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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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5월의 첫째주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황금주이다. 백화점마다 미모의 판매원아가씨들이 쇼핑 나온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고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제품은 샤먼(廈門)의 샤화전자(廈華電子)에서 중국 최초로 개발, 판매에 들어간 32인치 디지털TV(HDTV)였다.

중년 신사는 다름아닌 6년째 샤화전자를 이끌고 있는 궈쩌리(郭則理) 사장이었다. 그는 현재 고객 최우선주의를 내걸면서 19개의 자회사에 6000명의 직원들을 통솔하고 있다.

95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샤화전자의 모태는 1984년 샤먼시 정부가 홍콩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샤먼화교전자주식회사이다. 지금도 이 회사가 샤화전자의 주식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TV 생산과 수출만으로 시작한 샤화전자는 16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은 TV뿐만 아니라 이동전화기, PC, 복사기, 모니터 등 수많은 정보기술(IT)분야 제품을 생산하고 대량으로 국제시장에 수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샤화전자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샤화 궈 사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고객우선주의, 판매현장우선주의 철학이다. 궈 사장이 중국의 황금휴일주에 백화점에서 현장판매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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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두고 많은 사람들이 유명대기업 사장에게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면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국 TV시장에서 살아 남기위해 소비자들의 제품선호도를 직접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샤먼에서 베이징까지는 서울에서 북경보다도 멀다. 그런데도 사장이 친히 베이징까지 날아와 TV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을 중시하는 이 회사 기업문화의 한 측면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궈 사장은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베이징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로 판매를 직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사의 차장 이상 관리직 간부들이 모두 자사 제품의 판매장에서 매년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자체기술 보유 중요성에 대한 조기 인식이다. 샤화전자는 성장과정에서 외국으로부터의 기술도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칭화대학, 중국과학원 등 중국 최고 연구기관들과의 산학협동을 통해 꾸준히 기술 개발능력을 키워 왔다.

비록 매출액 기준으로 볼 때 아직 중국전자업계에서 18위 수준이지만 기술력은 훨씬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최초로 디지털TV, GSM 이동전화기, 복사기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셋째, 경쟁상대를 해외업체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국내시장이 아니라 국제시장을 목표로 경쟁하면서 성장해 왔다. 자연히 품질관리나 신제품 개발 등에서 국제적인 마인드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수출하는 TV와 PC의 30% 이상은 이 기업 제품이다.

지난 해부터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IT산업이 침체하면서 중국의 전자제품 수출기업들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대만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중국 시장에서도 가전업체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이같은 환경변화로 샤화전자도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궈 사장은 탈출구로 품질경쟁에 걸고있다. 가격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애프터 서비스 강화를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샤화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신기술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샤화전자는 기업 내에 막강한 기술 개발능력을 가진 기술연구소와 박사학위 취득자를 위한 창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유럽에도 연구소를 설립,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소화해 나가고 있다. 처음에 주로 화교들의 기술과 자금으로 설립했던 이 기업이 현재는 중국 자체의 기술개발의 산실로 탈바꿈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