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아본 사람은 다양한 중고품 가게가 잘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헌책방 뿐 아니라 가구나 스포츠용품 프랜차이즈들이 성업중이다. 일본에서 중고품 장사가 잘되는 이유는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90년대 초 거품이 걷히면서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 대신 아예 중고품을 사서 쓰는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한국도 이런 사업이 잘 될 가능성은 많다. 한국은 IMF관리체제 이후 ‘부익부 빈익빈(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져, 아주 비싼 상품과 아주 싼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이런 경향에 맞는 사업이 중고 또는 재활용 사업이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의 유재수 원장(02-501-2001)은 “현재 한국은 3R 비즈니스가 잘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3R비즈니스란 고쳐 쓴다는 뜻의 리폼(Reform) 또는 리페어(Repair), 중고 재활용을 한다는 리유즈(Reuse), 소모품을 채워 쓴다는 리필(Refill)의 첫 글자 R을 이용해 만든 이름. 유 원장은 “한국 사람들도 아낄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몸에 익히게 된 점이 3R비즈니스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3R 비즈니스는 기존 제품을 새롭게 사용할 수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상품관리가 성패의 관건이다. 또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취급하는 것이 유리하며, 비용에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가격이 싸야 한다.
창업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은 장점. 물론 적은 자본의 단점을 성실함으로 대신 채워야 성공할 수 있다.
◆ 소모품을 다시 채우는 사업 =대표적인 것이 잉크 충전방 사업이다.
초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한 가정이 점점 늘어나면서, 잉크젯 프린터를 쓰는 가정이 많아졌다. 프린터 제조회사는 잉크가 떨어지면 잉크가 들어있는 카트리지까지 바꿔야 한다고 한다. 물론 카트리지를 계속 바꾸면 제일 좋겠지만 값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잉크 충전방 사업은 이 카트리지의 잉크를 다시 채워주는 것이다. 잉크 충전 사업은 처음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다. 잉크를 채워도 제대로 인쇄가 되지 않거나 카트리지가 고장나는 문제가 생겼던 것. 그러나 지속적인 품질개선이 이뤄지면서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재생잉크 카트리지, 리필키트, 정품잉크 카트리지, 대체 카트리지, 레이저 재생토너, 정품토너 등을 취급한다. 컴퓨터 소모품을 같이 취급할 수도 있다.
◆ 적은 비용으로 욕실을 바꿔 =집을 조금이라고 고치려면 뜯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비용도 공사 비용이 든다. 욕실리폼업은 코팅처리를 통해 욕실을 다시 꾸며주는 사업이다. 핵심은 욕조, 세면기, 좌변기, 바닥·벽면의 타일을 뜯지 않아도 된다는 것. 원적외선 처리기 등으로 항균처리를 해서, 습기나 냄새를 제거하는 서비스도 같이 한다.
◆ 이동하면서 가죽 제품을 수선 =이동식 가죽수선 전문점은 가죽수선 장비·도구를 차량에 싣고 다니며 가죽제품을 고쳐주는 사업이다. 집에 있는 가죽제품은 구두, 핸드백, 지갑 등 얼핏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이런 제품들은 쓸만해도 버리기 쉽다. 이동 가죽수선 전문점은 가죽수선 뿐 아니라 세탁, 광택, 염색, 살균 등을 일괄해서 처리해 주는 것이 특징. 고객을 찾아가기 때문에 일반 구두방과는 성격이 다르다.
◆ 패션 감각을 강조하는 중고의류점 =일정 생활 수준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입던 옷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만약 아주 비싼 브랜드 중고가 새 것처럼 손질돼 반 이하의 가격으로 나와 있다면 어떨까. 패션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젊은층이라면 관심을 보일 만 하다. 이런 점을 노린 것이 수입 중고의류 전문점. 외국 유명브랜드의 중고의류를 수입하여 판매한다.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것이 특징이다. 의류 뿐 아니라 가방, 모자 등의 소품도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