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잡이/해본 일이면 파산가능성 줄어

창업할 때는 자신의 직업 경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경력 창업’이 유리하다. 경력 창업이란 직장 생활에서 겪은 경험과 경력을 살린 업종을 택하거나 업무 능력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호텔 주방장이 음식점을, 간호사 출신이 산후 조리원을, PD출신이 인터넷 방송국을 창업하는 것이 전형적인 경력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자신의 경력을 살리는 예비 창업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창업은 충동 구매와는 다르다. 장사가 잘 된다고 자신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업종을 고르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창업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에 맞춰 어떤 사업이 괜찮을 지 평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경력을 무시하고 다른 업종으로 바꿨다가 실패한 사례 =40대 초반인 K씨는 20대 초반부터 부산의 한 재래 시장에서 옷 장사를 했다. K씨는 프랜차이즈 의류사와 가맹 계약을 맺고 제법 큰 돈을 벌었다. 사업에 자신이 생긴 K씨는 점포 근처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기 전 가게를 처분하면서 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K씨는 처음에는 사업장을 열심히 운영했으나 갈수록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의류 매장은 실내가 깨끗이 정리돼 있었지만 음식점은 그럴 수가 없었던 것. 견디기 힘들어진 K씨는 아는 사람에게 가게 운영을 맡겼다가 매출이 떨어지면서 실패했다. K씨는 결국 음식점을 처분하고 새로운 업종을 준비하고 있다. ◆ 같은 직종일 때는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현재 몸담고 있는 사업과 같은 업종으로 창업하려 한다면 전 직장의 장·단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용실에서 일하던 A(42)씨는 얼마 전 자신이 직접 미용실을 차렸다. A씨는 창업하기 전 자신이 일하던 미용실의 고객 관리 방법을 눈여겨 보았다. A씨가 일하던 미용실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도입하는 등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썼다. A씨는 이를 충실하게 배워 자신의 업소에 적용해 성공하고 있다. 특히 고객을 접대할 때 어떻게 대답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빠짐없이 기억했다가 종업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 경력 창업의 핵심은 전문성 =자신이 한번이라도 해본 일을 잘하는 것은 상식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직장·사회 생활을 통해 경험해 본 아이템이라면 완전히 파산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진다. 가능하면 자신이 직장에서 경험했던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만약 자신의 경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업종을 고르지 못한다면, 쌓아놓은 인간 관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보험회사 영업소장으로 일한 사람은 같이 일했던 보험설계사들에게 기념품, 판촉 상품 제작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관련 업종을 생각할 수도 있다.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능력이 필요한 분야를 택하는 것이다. 전직 교사라면 교육 관련 사업을 생각할 수 있다. 꼭 학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컴퓨터 학습방 같은 교육 사업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