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음료와는 차별되게 우리의 전통음료를 만들어서 음료시장을 뜨겁 게 달구고 있는 사람. 언제나 그의 앞엔 '최연소'라는 말이 붙어왔다. 젊은 나이게 웅진 식품 사장이 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38세 상고 출신 대표이사, 조운호..

그는 입사9년만에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가을대추, 아침햇살이라는 새로운 맛의 음료를 만들어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단숨에 히트 제품 제조 업체로 전환.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이루어야 할 꿈이 많다. 그는 언젠가 우리 브랜드음료로 우리 나라의 음료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요즘도 편한 사장자리에 있음에도 직원들과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을 하며 신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 조운호. 그의 남다른 성공비결을 들어본다.

☞ 성공 비결 1 : 킹핀을 찾아라

기조실에서 일하던 운호는 회장으로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웅진인삼에 내려가라는 통보를 받는다. 운호는 그 자리에서 1년안에 히트제품을 내놓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내려간다.

그러나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빠진 회사라는 것을 알고 난감해진 운호는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를 보고 우리음료의 대부분이 수입브랜드라는 것을 알고 확실한 컨셉을 세우게 된다. 우리 입맛에 맞는 우리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의 대추나무를 생각하며 가을대추라는 이름도 짓고 어린 왕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광고 카피까지 만든 운호.
그는 영업사원의 부탁에 힌트를 얻어 대추음료를 만들기로 한다. 어릴 적 고향마당

가을대추는 출시하자마자 50만개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세우며 히트를 친다. 그는 1년 전에 회장에게 한 약속을 고스란히 지킨 것이다.





☞ 성공 비결 2 : 내가 주인이다


운호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 형편은 어렵게 된다. 법관이 되겠다던 꿈을 접은 운호는 어머니의 요구대로 상고에 들어가기로 하고 졸업도 하기 전 은행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은행생활을 하며 풍물패도 만들고 마음에 두던 여직원과 결혼을 하는 등 평탄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은행원 생활에 염증을 느낀 운호는 친구의 소개로 웅진그룹에 들어가게 된다.

기획조정실에 입사한 운호는 이 회사는 나의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사장단회의의 체제를 바꾸고 정책회의 때 회장과 토론을 벌이는 등 당찬 모습을 보이며 특진을 거듭한다.

하지만 너무 거침없이 달려온 탓인지 그는 새로 온 경영진과의 의견충돌로 이직을 하는 가 하면 다소 독단적인 성격으로 제품개발에 실패하는 어려움도 겪게 된다.

☞ 성공 비결 3 : 철학이 있는 제품

운호가 이직한 후 회사는 다시 부도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던 중 회장의 부름을 받고 복귀하게 된 운호는 다시 한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쌀로 만든 음료.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무릎 쓰고 소비자 조사, 음료의 맛, 패키지의 디자인까지 모든 것에 완벽을 추구하는 운호. 드디어 아침햇살이 출시가 되고 그것은 유례없는 웅진 식품의 히트작이 된다. 그는 또다시 기록을 세운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대표이사가 된 것.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는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젊은 나이에 대표가 된 것은 아마도 더 많은 일을 하라는 뜻이라고 믿는다. 그는 오늘도 일을 향해 뛰고 있다.


" 쌀음료 대중화한 히트제조기, 팀장서 전결 발탁된 30대 사장"

"1 년 안에 히트상품을 들고 사진을 찍게해 드리겠습니다."
웅진식품의 조운호 사장(38)은 지난 96년 4월 공장 준공식을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바로 1년 전 그룹기조실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자기를 웅진식품 기획실장으로 내려보냈던 보스(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에게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회장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것은 95년 10월에 내놓았던 대추음료 '가을대추'였다. '가슴을 적시는 음료'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했던 '가을대추'는 음료시장에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2000억원대 시장을 만드는 마술을 발휘했다.
당시만 해도 롯데 해태 동아오츠카 코카콜라 등 기존 선발업체가 주스. 탄산음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때여서 조 실장의 반란은 그야말로 업계 화제였다. 그러나 그 성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가을대추 성공에 힘입어 내놓은 '여름수박'의 매출 부진에다 회사가 커지면서 새로 영입한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조 실장은 다시 그룹기조실로 되돌아가는 아픔을 겪었던 것. 그 사이 웅진식품의 매출부진은 계속됐고 그룹의 '골치덩어리'로 인식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 그에게 다시 한 번 회장 특명이 떨어진 것은 지난 해 7월. IMF 한파로 나라 전체가 불화의 몸살을 치르고 있던 그 때 골치덩어리 웅진식품에 가서 회사를 살려 보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2년여 만에 영업부장으로 다시 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직원들에게는 '가을대추'신화는 온데간데 없고 열패감만 자리잡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살려보라고 해서 다시 조 실장을 내려보냈다고 했으나 웅진식품 직원들은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내심 회사를 정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웅진식품 두진우 차장) 그러나 그는 올해 3월 다시 한번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다. 90년 입사 후 대리, 최연소 과장, 최연소 차장, 최연소 부장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특별 승진을 도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그야말로 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사실 사장으로 낙점하기까지 두 달을 망설였다. 기존 질서를 깬다는 것이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위 반대가 심했지만 돌멩이도 삼킬만한 의욕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는 그를 믿었다."(윤 회장)
30대 부장에서 사장으로의 변신. 주위의 걱정 섞인 시선을 뒤로 한 채 그는 봉급쟁이에게 흔치않은 기회를 부여잡았다. 창사 이래 만년적자를 내던 회사를 사장 취임 5개월 만에 경상흑자로 돌려 놓은 것이다. 이번에도 일등공신은 전통음료였다. 지난 1월 내놓은 쌀음료 '아침햇살'. 시판 7개월만에 5500만병 판매, 단일품목으로 400억 매출을 기대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가울대추로 기억되던 웅진식품은 이제는 쌀음료 아침햇살로 소비자에게 깊이 기억되고 있다. 경쟁업체가 유사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음료시장에 준 파급효과도 컸다.
이런 조 사장의 첫 직장은 뜻밖에도 영업과는 무관한 은행원이었다. 81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들어간 제일은행에서 10년 간 근무하던 어느날 웅진그룹 기조실에서 일하던 고교동창(김영추 현 웅진식품 영업본부장)이 그를 찾아왔다. "미국지사로 가는 내 후임으로 와서 일해 보지 않을래."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돌발적인 제안에 그는 사흘 낮밤을 고민한 후 면접을 치르고 웅진 사람이 됐다. 김 본부장은 "늘 옆에서 지켜 본 친구지만 그만의 합리적인 고집이 있기에 직원들이 잘 따른다"며 "반대하는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시킬 충분한 데이터를 갖춘 치밀함이 무엇보다 조 사장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전통음료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뜸 조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는 코카콜라가 있고 일본에는 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세계에 내놓을만한 음료가 없죠. 바로 그 점에 주목했습니다. 음료 세계화를 꼭 이뤄내겠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세계인이 마시는 음료를 꼭 만들 겁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쌀이라는 곡물은 세계인이 즐겨먹는 식품입니다. 농경문화의 정서가 배어있는 이 제품을 상품화하면 어디에 내놔도 통할 것으로 보았던 거죠." 상품기획단계부터 그의 이런 작업에 참여해 숱한 토론을 했던 하종오 시인(전 웅진그룹 문화실장)은 조 사장의 이런 면을 이렇게 평가했다. "식품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접근할 것인 지가 그와 나눈 토론 주제였죠. 가을대추나 아침햇살이 모두 기업이라는 그릇에 문화를 담는 작업의 또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마실거리 문화기업의 선도자'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눈은 이미 세계로 향해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담은 마실거리를 찾아 상품화하는 것을 업으로 생각한다는 그이기에 벌써부터 후속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