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소비자 유형

이론적으로 분류한 세 가지 고급소비 분석틀(정보처리모델, 정서적 가치 모델, 상징적 상호작용 모델)을 이용하여 고급 소비자군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과시성 추구형(Veblenians), 유행 추구형 (Bandwagon), 독특성과 개성 추구형(Snob), 감성적 즐거움 추구형(Hedonists), 합리적 가치 추구형(Perfectionists) 등이 포함된다.


(1) 과시성 추구형(Veblenians)

과시적 소비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치품의 소비를 통하여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고자 고가의 사치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군이다. 일반적으로 고급 브랜드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준거집단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과시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Mason, 1981; Bearden and Etzel, 1982). 계층의 권력과 지위가 사치스러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함으로 자신의 부를 상징한다는 상류층 소비자에 대한 대표적 이론을 정립한 베블렌을 따라 이들을 베블레니언(Veblenians)이라고 부른다(Vigneron and Johnson, 1999). 과시적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이 자신의 지위를 상징한다(price equals prestige)고 여기기 때문에 고가격의 제품을 선호한다. 즉 사용하는 물건의 값이 비쌀수록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경제적 지위나 권력이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유행 추구형(Bandwagon)

사치품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여 사용하기보다 이미 패션 리더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용하여 알려지기 시작한 브랜드와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성향을 지닌 소비자군이다. 즉 과시적 소비성향이 강한 고소득층 소비자들(Veblenians)이 가지는 고가 사치품 구매 동기가 자신들보다 낮은 계층 소비자들과의 계층 간 차별화라고 할 때, 이 유형의 소비자들(bandwagon)은 상류층이 형성하여 보급되어진 유행을 모방하는 소비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서 자신의 사회적 계층이 상승되어진다고 생각한다. 반면 고급 사치품을 소비하는 것이 비명성적(non-prestige)인 하류 계층의 소비자들과의 구분방법으로 사용된다. 고소득층의 과시적 소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적 사고와 비교하여, 유행을 좇고 상류층의 소비를 모방하는 유행 추구형 소비자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들은 개성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관습이나 시류적 현상에 순종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들에게 고급 브랜드는 상류층 그룹 멤버십의 상징적 표시인 것이다. 상류층의 문화와 유행을 대중매체를 통하여 배우고 모방하므로 매체가 전반적인 생활에 미치는 매우 크다.

(3) 독특성과 개성 추구형(Snobs)

제품의 선택과 구매가 상품의 희소성(uniqueness)에 크게 좌우되는 유형의 소비자들로, 독특하거나 남들이 갖지 않은 물건이라면 값이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사치품의 경우, 상품 또는 브랜드의 희소성이라는 속성에서 얻는 개인적 가치판단에서 오는 만족감과 다른 사람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만족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의 실용성과 사회성을 함께 고려하는 유형의 소비자들이다.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가장 먼저 구입하여 사용해 보고, 브랜드가 대중에게 일반화되면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의 독특성을 추구하는 가치는 희귀한 물건에 대한 집착 뿐 아니라 소비자의 혁신성, 쇼핑장소의 선택, 그리고 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성향이 강한 소비자일수록 신상품을 빨리 구입하여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패션 리더의 역할을 하며, 쇼핑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대중적이고 보편화된 대형 매장보다는 작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전문점을 선호한다. 또한 이러한 소비자들에게는 상품과 서비스의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이 큰 호소력을 가진다(Lynn and Harris, 1997).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들은 개인 취향과 정체성(identity)을 중시하며 독특한 소비생활로 자아를 표출하려 한다. 예를 들면, 나와 똑같은 옷 입은 사람 보면 그 옷이 입기 싫어지는 것이다.

(4) 감성적 즐거움 추구형(Hedonists)

품질과 관련된 상품 속성보다 상품의 미적 특성,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얻는 소비자 유형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구매의사 결정과정 보다는 쇼핑의 경험에 잠재되어진 오락과 즐거움이 반영된 정서적 소비 가치가 구매의 주요동기가 된다. 사치품은 소비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면 상품이나 매장의 아름다움, 감각적 흥분과 즐거움 등과 같은 소비와 관련된 정서적 반응이다. 이러한 정서적 가치는 비록 무형적이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모방과 같은 사회적 가치와 상품의 희소성에서 비롯한 구매결정과는 같지 않다.

따라서 헤도니스트의 성향이 강한 사치품 소비자는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거나 감정상태를 조절하기 위하여 고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는 자존심이 강하고 내향적이며 자아달성을 중요시하는 반면 대인관계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사고와 감정에 더욱 관심이 많으므로 자기중심적이며 가격이 사치품을 정의하는 속성으로 여기지 않는 편이다. 사회적 요인보다 개인의 감정적 요인의 영향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유형으로 쇼핑이란 사야할 물건을 구매하여야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무료함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5) 합리적 가치 추구형(Perfectionists)

합리적 가치추구형 소비자는 이성적인 욕구와 합리적인 판단기준에 의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군으로 제품을 선택할 때에 품질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 사이의 정적 상관관계를 전제로 하고, 고가 사치품은 기획과 생산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섬세한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높은 가격이 더 나은 품질의 증거로서 작용하므로 가격-품질 체계(price-quality schema)가 강한 소비자는 고가품일수록 구매 욕구가 증대되어진다. 이것은 고가품에 대한 과시성의 욕구보다 가격대비 품질에 근거한 논리적 판단이다.

가치추구형 소비자는 가격과 원산지(COO)와 같은 속성으로 유추되어지는 상품의 우수한 특성과 성능을 바탕으로, 고가품의 구매로부터 인지되는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러한 소비자가 고급 브랜드의 의류를 입는 이유는 선택한 디자이너의 스타일과 품질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평가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가 사치품에 대해 기대하는 기능적 가치(예를 들어 고급 승용차의 편안함과 스피드, 고급 시계의 정확성)를 제품을 사용하면서 재확인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해하는 경향이 있다. 비그너론과 존슨(Vigneron and Johnson, 1999)은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를 소비에 있어서의 완벽주의자(perfectionist)라고 묘사하였다.

이와 같이 과시적 소비가 아닌 이성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을 ''사회적 역할에서 완화되어진 소비자군(role-relaxed consumers)''이라 부른다(Schlossberg, 1993). 이들은 상품지식이 풍부하고 합리적 사고를 가진 프로급의 고객으로 값이 비싸더라도 기능적 측면과 가치, 질, A/S가 확실한 제품을 선택한다. 주로 고학력의 소비자가 대부분이며, 상품 자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사치 브랜드, 명성, 희소성과 같은 특성은 비교적 호소력이 없다. 한편 실용적 소비자는 이성적 가치를 중시하므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