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알아야 한다"

구태의연한 가격설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가격설정'이 여러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가격인하는 오히려 수익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

금년 3월, 약간 색다른 인터넷사이트가 탄생했다. 그 이름은 '프라이스 다운 옥션'이다. 인터넷경매로 상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인데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큰 특징이 있다. 그것은 가격을 '내려가면서' 경매한다는 점이다.

그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가령 경매개시가격이 20만엔인 디지털 비디오카메라가 경매에 나왔다고 하자. 이 사이트에서는 일정한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일정금액씩 값이 내려간다. 출품자는 팔아도 좋은 최저가격을 설정할 수가 있다. 최저가격을 정하지 않을 경우는 상품이 팔릴 때까지 경매는 계속된다.

그림의 경우에서는 18만엔에 입찰한 A씨가 상품을 사게 된다. 그러나 A씨가 '18만엔에 낙찰되기를 바랬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사실 A씨는 14만엔에 낙찰되기를 바랬으나 다른 사람이 앞서서 입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18만엔에 낙찰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B씨는 '12만엔에 사겠다'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바람에 입찰기회를 놓쳤다.

나중에 생각해본다면 A씨는 14만엔으로도 낙찰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낙찰가격이 높은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프라이스 다운 닷컴의 히라야마(平山達大) 사장은 "앞으로 이 경매시스템 그 자체를 판매할 생각이다. 이미 영업활동을 시작했으며 관심을 나타내는 기업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이 경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재고처리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예로 들면 종래에 팔다 남은 상품은 바겐세일로 처분했다. 그것을 프라이스 다운 옥션을 이용한다면 더 비싸게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


시빅은 생산효율 높여 10만엔 인하


"과거와 같은 단순한 기능향상, 단순한 가격인하로는 팔리지 않게 됐다." 매킨지 앤드 컴퍼니 잉크 저팬의 야마나시(山梨廣一) 사장은 가격과 상품의 동향을 이렇게 분석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바라는 가치에 가격을 어떻게 접근시키느냐에 있다. 즉 '팔릴 수 있는 가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프라이스 다운 옥션의 기본적인 시스템



의류를 예로 들면 백화점이나 종합슈퍼마켓의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소매업체인 '유니크로'가 약진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회사는 1999년도 1년간, 플리스 850만매, T셔츠 2,920만매를 판매했다. 이만큼의 수량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가 이 회사의 상품에 대해 적어도 가격과 어울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저한 수요예측과 해외생산으로 코스트를 인하하여 과거 저가격 의류에 있었던 '싼게 비지떡'이라는 관념에서 탈피한 것이 소비자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구태의연한 방식, 종래와 같은 가격설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도요타자동차에서는 개발체제를 크게 개선했는데 자동차업계에서 이 같은 대응조치를 취한 것은 도요타뿐만이 아니다. 금년 9월 카롤라와 나란히 일본을 대표하는 시빅의 새로운 모델이 혼다(本田)기연공업에서 발매됐다. 가솔린 1ℓ당 20㎞라는 뛰어난 연비와 배기가스의 청정화라는 상반된 테마를 양립시키는 등 품질을 향상시켜가면서도 가격은 비교적 싸게 설정했다.

개발을 담당한 4륜차사업본부의 스기야마(衫山智之)는 "舊모델보다도 5만엔 싸게 가격을 설정했다. 성능향상을 생각하면 10만엔 정도가 싸졌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가격설정을 도모하기 위해 혼다에서는 생산라인에서의 제조과정을 크게 변경했다. 종래에는 사이드패널과 천장 등을 부착하는데 시빅 전용의 생산설비를 사용했으나 신형 시빅에서는 범용공작기계를 사용하도록 고쳤다.

혼다는 복수의 차종이 생산라인을 공용하는 경우가 많다. 舊모델의 경우는 시빅 생산으로 들어갈 때에 라인의 기계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작업이 신형 시빅에서는 필요 없게 되어 생산효율이 높아졌다. 동시에 범용기로 할 수 있는 공정을 대폭 늘렸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투자를 삭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팔릴만한 가격'을 설정하려는 노력은 각종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가격인하나 고객 확보를 위한 포인트카드제 도입에 착수했다. 매출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일정한 점수에 도달하면 할인권 등과 교환하는 제도다. 실질적인 가격인하와 마찬가지의 효과가 생기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객당 단가하락과 판매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과는 대조적으로 시간대에 따라서는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성황인 외식체인이 등장했다. 금년 4월 미국의 대형 스테이크하우스인 아우트백 스테이크하우스가 일본에 상륙했다.

아우트백은 결코 싼 음식점이 아니다. 고객당 평균단가는 3,000엔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약 3배를 기록하는 높은 수준이다. 호주의 개척지를 연상시키는 점포의 인테리어나 순 살코기가 많은 미국직수입 고기, 냉동식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 세일즈 포인트지만, 실은 가격설정은 면밀한 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의 스테이크하우스는 1인당 만엔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고급음식점과 싼 가격을 자랑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뷔페식당으로 양분된다. 그 밖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으나 '전문점의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손님이 가벼운 기분으로 갈 수 있는 음식점은 적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고객당 단가 약 3,000엔은 공백의 가격대였다"고 운영회사인 OS간토의 하지로(羽白稔) 오퍼레이팅 파트너는 설명한다. 기존시장에 없는 가격대로 시장에 참가한 것이 소비자의 높은 지지를 받게 된 요인이었다.

호텔업계에서는 일본 최초의 디즈니랜드 호텔로서 금년 7월에 개업한 디즈니앰버서더호텔이 객실요금 설정을 과감히 호텔업계의 상식에서 벗어난 가격으로 정했다.

보통 일본의 호텔에서는 객실요금은 숙박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높아진다. 그러나 앰버서더호텔에서는 1실당 요금을 설정했으므로 2명이든, 3명이든 간에 요금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변의 호텔에 비해 언뜻 보면 비싼 것 같지만 가령 부부와 아이를 합쳐 3명이 숙박한다면 싼 가격이 된다. 숙박객 상당수가 도쿄 디즈니랜드에 입장하는 손님이라는 것을 고려에 넣은 요금설정인 것이다.


가격 내려도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아

거품경제 붕괴 후 장기화하는 소비불황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을 내렸다고 해서 소비자가 되돌아온 예는 얼마나 될까? 오히려 한층 더 심각한 곤경에 빠진 경우가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비자가 바라는 가치에 알맞은 가격을 실현하는 것이다.

산요(三洋)전기의 경우는 소비자에 대한 조사분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소니는 "저가격대의 상품에 달려드는 소비자는 일본의 경우 그리 많지 않다"는 소비자심리를 꿰뚫었다. 군제는 속옷에 냄새제거 기능을 집어넣은 참신성은 물론 전용 진열대를 만들어 고가품을 사게 하는 판매전략이 주효했다. 그것은 햄 매장을 만든 타업계의 수법에서 배워온 것이었다.

활로를 어디에서 찾느냐 하는 것은 기업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9월에 '생활 88'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에가 판매를 개시한 88엔 균일상품은 해외메이커로부터의 조달 강화와 더불어 물류체제의 개선으로 실현한 것이다. 매일 하던 발주·배송 작업을 주 1회로 고치고 발주단위는 1개가 아닌 12개나 24개로 바꿨다. 이처럼 기업은 가격설정에 명확한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가격인하는 자신의 목을 조일 따름이다.
『日經 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