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개성분석으로 회사를 강하게 만든다"

그 녀석과는 마음이 맞는다든지, 그 녀석과는 함께 하기 싫다든지 하는 그런 감정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가장 좋은 조직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필요 없는 인간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캐치프레이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나는 '터그(tug)'다."
영업사원(28세)이 바로 대답했다. 옆에 있던 연구원이 이어 받는다.
"나는 '리더', 저 사람은 '앵커', 또 저 사람은 '매니저'…."
"그런 이야기가 직장에서 자주 나오는가?"
"난무하고 있다. '너는 앵커니까 이러이러하지'라는 식으로…."
곁에 있던 매니저타입, 아니 개발부문의 사원(40세)이 웃으며 말했다.
"동물점 보는 것 같군."

동물점은 예전에 직장 내 잡담자리에서 성행했던 화제였는데, 이들 즉 다이이치(第一)제약의 자회사인 다이이치라디오아이소토프연구소의 사원들이 화제로 삼고 있는 것은 회사 전체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든 '개성'에 관한 이야기다.


4가지 유형으로 분류


이 회사는 금년 5월 전사원 약 480명의 '개성'을 분석하고 8월말 그 결과를 통보했다. 각자의 '개성'은 앞에서 말한 네가지 유형으로 크게 구별된다. '터그'라는 말은 통칭이다. 바르게 말하자면 '터그보트(예인선)'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정식명칭은 '리더십'이다. '매니저'는 정식으로는 '매니지먼트', '앵커'는 그 이름 그대로다.

이 '개성' 분석은 'Five Factors and Stress 이론', 줄여서 FFS이론에 기초한다.

경영지원·아웃소싱회사인 인터비전의 대표이사이고 조직심리학자이기도 한 고바야시(小林惠智)가 제창한 이론이다.

고바야시는 1970년대 미국 해병대에서 의뢰한 연구프로젝트에 참가해 FFS이론을 구축했고 그것은 83년부터 미군조직에 도입됐다. 93년에 미군조직과의 계약이 끝나 민간에게도 이론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인터비전 서비스의 소개자료는 그 첫머리에 FFS이론을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국 해병대가 채택한 세계 유일의 최적조직 편성이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최강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기업에게도 설득력을 가진다. 실제로 히타치(日立)제작소의 主管강사를 오랫동안 해온 가도 (角行之)도 "군대에서 사용한 것이라면 정확도가 보통의 것과는 다르다"며 관심을 보인다. 지금까지 88개국의 280개 이상의 기업이 이 노하우를 제공받았다. 일본에서는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과 오키(沖)전기공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FFS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개성은 다섯가지의 인자로 결정된다. 다섯가지의 인자란 응축성, 수용성, 변별성, 확산성, 보전성이다.


인간의 개성 나타내는 5가지 인자


인터비전의 이사인 후루노(古野俊幸)가 해설해준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이런 느낌이다.

응축성이란 집념을 갖는 능력이다. 의의나 가치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수용성은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情으로 통한다. 포용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상대적인 변별성은 흑백을 결정하는 능력이다. 理로 통한다. 이성적인 판단력이다.

확산성은 수렵민족의 삶의 방식이다. 어쨌든 차분히 있지를 못한다.

반대로 보전성은 농경민족의 삶의 방식이다. 한군데에 머물러 안정을 찾는다.

고바야시가 작성한 '시간약속에는 아주 엄격하다', '지치기 쉬운 체질이라고 느끼고 있다' 등 80개 항목의 질문에 답하면 각 인자의 강약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2, 3개의 인자가 그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인자가 된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개성이 앞에서 말한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응축성과 확산성이 강하면 리더십형이다. 수용성과 확산성이 강하면 터그보트형이다. 창업가에게 많은 것 같다.

수용성과 보전성이 강하면 매니지먼트형이다. 응축성과 보전성이 강하다면 앵커형이다. 이쪽은 前例主義의 관료에게 많다고 한다.

앵커라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네가지 유형은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호보완관계를 이루어 가장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론이다. 후루노에 의하면 구조조정 대상 사원이 되는 이유는 본인문제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문제 때문이다. 같은 채용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원래는 같은 역량을 가졌을 터인데도 맞지 않는 직장, 맞지 않는 상사 아래에서 '쓸만한 자'와 '쓸모 없는 자'로 선별되고 만다.

"사실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다이이치라디오아이소토프연구소 인사부 시니어인 사카마키(坂牧聰暢, 32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과거를 회고했다. 그의 옆에서는 그 '이상한 사람'의 장본인인 인사부장 오자키(尾崎純, 39세)가 웃고 있었다.

이 부장과 시니어는 3년 전부터 인사부의 콤비를 이루고 있는데 대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부장은 책상 위가 어질러져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성격이다.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야 돌아가는 성격을 가진 시니어는 그런 부장이 시키는 일에 대해 "갑자기 얘기하면 곤란하다"며 화를 내곤 했다.

그 두 사람에게 분석결과가 통보됐다. 오자키부장은 보전성(농경민족경향)이 낮고 확산성(수렵민족경향)이 높은 터그보트형이고 사카마키는 그 반대인 보전성이 높은 매니지먼트형으로 나왔다.

"수치를 보지 않았더라면 왠지 '싫은 사람'인 채로 있었을 것이다. 수치를 보고 나서 오자키부장은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사카마키는 말한다.

오자키부장도 결과를 보고 수긍했다.

"사카마키는 정확하게 정리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랬다. 나에게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개성 변화


인사부는 사원을 위해 각 인자와 유형을 설명한 A4용지 크기의 표를 사내에 게시했다.

표에서는 인자별로 동기 부여가 되는 키워드도 소개하고 있다.

응축형(집념파)에게는 "당신은 언제나 올바르므로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라"가 키워드다. "동료이니까 봐주자"는 마음을 강조하면 실패한다.

보전성(농경파)에 대한 키워드는 "모든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당신도 분발해달라"이다. '기대'를 거는 것은 실패한다.

또 한가지, 이 이론에 의한 분석에서는 각자의 스트레스 정도도 측정한다.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인자의 작용이 바뀌게 되어 개성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적당한 자극이 있는 생활이라면 응축성이 강한 사람의 경우는 책임감이 강해서 지도적으로 행동하게 되지만 스트레스가 과다한 생활일 경우에는 지배적 또는 독선적이 되기도 한다.

관리직의 한 사람은 그 표를 가까이 두고 몇번씩이나 본다. 부하들의 인자와 스트레스 수치가 나와 있는 일람표에다가 빨간 펜으로 최고치에 ○표, 최저치에 △표를 쳐가며 다시 훑어본다.

자세히 이해하지 못한 사원들은 인사부에 문의해오기도 한다.

"응축성이 무엇인가?"
"당신에게 있어 수치가 높은 인자다. 그리고 당신은 스트레스 또한 높은 상태이므로 지금대로 간다면 지배적, 배타적, 고집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그래. 딱 들어맞는군."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까지 '맞지 않는다', '틀리다'고 반론해온 사원은 없는 모양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묻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응축성이 높고 상사는 낮다고 하던데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당신은 무엇이든지 매듭을 짓고 싶어하는 성격이고 상사는 바로 결정하지 않고 적당한 때를 보아 결정하는 쪽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당신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구나…" 하고 문의한 사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식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부하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 사람도 있다.
"하나 하나 세세한 것까지도 물어오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보전성이 높은 부하다. 따라서 당신이 어떤 지시를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수용성도 높기 때문에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

문의를 해온 상사는 충분히 납득을 하고 돌아갔다.

오자키부장이 이 분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수년 전이다. 목표관리제도를 도입하거나 연봉제 도입준비를 시작하여 인사제도의 개혁을 시작했을 때였다.

일본식 경영의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기와도 겹친다.

당시 타사에서는 조기퇴직제도를 준비한 구조조정도 한창이었으나 오자키 팀에서는 목을 자르는 구조조정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제약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변해가고 있었다. 국제경쟁이 격변하고 흡수합병이 시작되는 가운데서 다이이치라디오아이소토프연구소에는 '폐색감'이 있었다.

"과학적 기법을 사용한 사람과 사람의 조합으로 힘이 나오도록 하겠다."

그렇게 생각한 오자키에게 인터비전이 힘을 실어주어 금년 봄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동질적인 집단에는 마이너스 요소도


마찬가지로 인터비전의 지원을 받아 금년 여름 약 1,600명의 전사원에 대한 분석에 착수한 고바야시(小林)제약도 많은 문제에 부딪쳤다.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 회사의 인재개발그룹 계장인 후지시로(藤城克也)는 강조한다. 그 때문에 후지시로 팀은 여러가지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40세 이전의 관리직 적령기의 사원 약 90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인재개발 컨설팅회사에 의뢰했다.

'전략결정력', '계획조직화력' 등의 채점결과를 통해 컨설팅회사는 이런 해답을 주었다.
"동질적 집단이다."

명확한 지시가 떨어지면 신속히 움직이지만 없으면 허둥거리게 된다. 논의를 충분히 거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안이하게 수습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동료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나 대립을 피하고 굳이 타자의 영역을 넘보지 않는다는 마이너스적인 면이 있다.

고바야시(小林一雅)사장은 이에 대해 수긍했고 후지시로계장도 동감했다.

"우리는 사장의 강한 리더십으로 운영해온 회사이므로 최고경영자에 의존하는 체질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잘 생각해보니 이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인사에 있어 너무 무난한 우등생형만을 채용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일단 채용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금년부터 신규 졸업자 채용에는 '개성'도 분석해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졸업자는 '터그보트형'이나 '리더십형'을 뽑을 생각이다."


전원이 일하는 직장을 만든다


전사원에 대한 분석결과에서는 특히 스트레스의 정도에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내에서 "그 사람 요즘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집을 나서면 속이 울렁거리고 전차를 타면 토하는 모양이야"라는 소리가 들린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사원이 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 과다나 만성화 상태인 직장을 인사이동 때에 집중분석해서 배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사원 한사람 한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회사가 옛날과 같이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던 시대에는 사원의 3분의 1이 놀고 있어도 괜찮았다.

지금은 그래서는 안된다. 3분의 1이나 되는 의욕이 부족한 사원도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이 채용한 경력사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근무하던 회사에서 사직한 이유를 물으면 약 반수가 직장 내의 인간관계를 들고 있으므로 인간관계는 중요한 것"이라고 후지시로는 말한다.

고바야시제약은 전사원을 분석하기 위해 후지(富士)종합연구소의 소프트웨어 '스트라캐스트'를 구입했다. FFS이론에 기초한 조직편성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작년에 발매됐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자기와 부하들을 분석한 대형 기업 자회사의 어느 관리직(46세)은 "(이 소프트는) 관리직 스스로의 자각을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입사 3년째의 부하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으나 보고서는 늘 엉망인데다가 세밀하게 지시를 해주면 얼굴을 찌푸리기 일쑤다.

모회사였다면 이런 부하는 잘라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회사에서는 인력 면에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새로운 대화 회로의 필요성 대두


분석결과 그 관리직은 변별성이 높았지만 부하의 변별성이 낮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수치를 보고는 "나하고는 다르구나"라고 분명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나의 매니지먼트 스타일이 부하에게는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도구이기도 하다."

'스트라캐스트'를 도입한 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에서는 각 부서에서 사람을 모아 새로운 사업과 상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제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제에서 일을 할 기회가 늘어나면 나의 부하가 아닌 사람도 통솔해야만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그 때 관리직이 활용할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FFS이론에 기초한 분석방법을 가지고 컨설팅을 하고 있는 소피아휴먼캐피털의 사장인 무로후시(室伏順子)는 '시간제 근무 여성을 위한 도구'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제 근무 여성끼리도 조합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진다. 시간제 근무뿐만 아니라 계약사원도 마찬가지다.

과거 같았으면 대기업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에서 사원들은 회사의 관습이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무방식이 바뀌고 사원들도 교체되었다. 또한 남성뿐인 직장에 여성이 추가되었고 다른 곳으로부터 전직해오는 사원과 계약사원이 생겼으며, 일하는 시간에 대한 가치관 하나만 보더라도 매우 다양해졌다. 익숙해져 있던 커뮤니케이션으로는 회로가 연결되지 않게 되면 사람도 기업도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