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고객을 붙잡는 세가지 열쇠
'only me', 자기에 대한 투자, 세대간의 연결소비. 이 세가지가 굳게 닫힌 젊은 여성들의 돈주머니를 열게 하는 열쇠다. 소비 리더의 변화는 일본 전체가 변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당신에게만 판다'는 이미지를 강조


미쓰코시(三越) 등 오래된 백화점이 늘어서 있는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대로에 외장이 돋보이는 한 점포가 있다. 대형 의류업체인 '월드'가 1998년 10월부터 운영하는 '오페크 긴자(OPAQUE GINZA)'다.

평일에도 저녁에는 퇴근하는 젊은 여성으로 혼잡한 이 점포에는 양복에서 가방, 구두, 액세서리, 잡화류, 화장품, 음악CD에 이르기까지 20대 여성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몸에 걸치는 물건이 폭넓게 갖추어져 있다. 지하에는 레스토랑, 3층에는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어 마치 소형 백화점과 흡사하다.

오페크는 그들의 타깃을 '도시에서 일하는 25세 전후의 여성'으로 좁혀 비싸지는 않지만 도시적인 감각을 가진 상품을 골라 진열하고 있다. 이런 특정 패션의 기호에 맞춰 여러가지 브랜드 상품을 모아놓은 '셀렉트 숍'이 젊은 여성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오페크의 2000년 3월결산의 매출액은 약 20억엔으로 초년도의 매출액 약 15억엔을 대폭 상회했다. "백화점이나 브랜드 숍에는 그다지 가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셀렉트 숍에는 자주 간다"(22세의 신입사원)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

월드에서 마케팅 전반을 총괄하는 히비노(日比野正雄)상무는 "최근의 젊은 소비자는 상품에 대해 자기만의 선택기준을 갖고 있다. 그만큼 기호가 세분화되어 있어 한가지 브랜드만을 강요받는 것을 싫어한다. 셀렉트 숍의 최종목표는 어느 일정한 고객층에게 '여기에 오면 좋아하는 물건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센스 있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물건만을 정선해 놓았습니다", "당신만의 점포입니다"라는 인상을 고객에게 어필하고,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인정받고 싶다"는 여성의 심리를 부추기는 업태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의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셀렉트 숍이 물건과 정보를 편집해서 알기 쉽게 제시하는 '필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히비노상무).

'온워드 가시야마(　山)'도 양복이나 생활잡화를 갖춘 셀렉트 숍 '스톨 스톨'의 제1호점을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에 올해 8월 개점하여 현재는 1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셀렉트 숍 개점의 움직임은 의류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셀렉트 숍에서는 특정 디자인이나 기호로 상품을 통일함으로써 그 점포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원래 다른 장소에서 팔리던 갖가지의 상품을 한 점포에 모아 놓음으로써 '옷과 그것에 어울리는 잡화를 함께 구입하는' 토털 소비로도 이어진다. 또한 점포의 컨셉트와 기호가 맞는 고객을 한번 붙잡게 되면 단골고객이 되어 몇번이고 찾아오게 된다.

'불특정 다수로 넓고 얕게'에서 '특정층으로 깊게'로 타깃을 좁힌 판매방식의 전환은 소매에서도 번져가고 있다. 이세탄(伊勢丹)백화점 신주쿠(新宿)점의 지하 2층 약 2,000㎡를 완전히 리모델링해서 올해 3월에 오픈한 'BPQC'는 백화점이라는 업태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발상을 가지고 탄생했다.

이세탄 신주쿠점 본관은 대부분의 다른 백화점들과 마찬가지로 1층 화장품 매장, 2층 의류 매장과 같은 식으로 각 층별로 상품구성을 바꿨다.

BPQC는 의류업체가 전개하는 셀렉트 숍과 마찬가지로 25∼34세를 대상으로 양복이나 가방, 잡화, 식기 등을 갖추고 있다. 양복이나 가방 등은 이세탄이 독자적으로 BP(Private Brand: 자체기획)상품으로 개발했다. 그 밖에 수입한 잡화나 식기류, 문구, 외국 서적, 음악CD 등을 갖추었으며 네일 살롱(손톱 다듬는 곳)과 카페도 마련했다.

"셀렉트 숍에서 볼 수 있는, 기호를 앞세운 마케팅은 앞으로 가전, 자동차 등 모든 업계로 확산되어 상품개발방식 그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기업끼리의 컬래버레이션(공동개발)이 늘어날 것 같다"고 컨설팅회사인 이토추(伊藤忠)패션시스템 R&D그룹 프로젝트 매니저인 가와시마(川島蓉子)는 지적한다.

같은 사례로 자동차, 냉장고, 화장품류의 제품 등을 하나의 브랜드로 개발한 'WILL'이 있는데, 각사 합의제로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등 현재로서는 기호의 통일감이 결여되어 있다. 셀렉트 숍형의 경우에는 특정 디렉터가 지휘를 맡아 기호에 따라 상품을 편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셀렉트 숍과 업태는 약간 다르지만 '심플하고 품질이 좋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폭넓게 상품을 전개하고 있는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도 닛산(日産)자동차나 히가시닛폰(東日本)여객철도와 손을 잡고 무지루시료힌의 고객에게 맞춘 자동차나 여행상품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격획득의 약 절반이 여성


자신의 기능향상이나 자격취득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것 역시 최근 젊은 여성들의 돈 쓰는 방식의 큰 특징이다.

미국공인회계사(CPA) 등의 각종 자격시험학교인 ANJO인터내셔널[안조(安生浩太郞)사장]은 95년 개교 이후 서서히 수강생의 여성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이 학교 출신의 CPA합격자 가운데 45%가 여성이었다. 수강자에 점하는 여성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런 전문적인 자격을 획득하려는 사람은 금융기관의 사원 등 한정된 직종의 회사원뿐이었고 여성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현재는 학력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여러 계층의 수강자가 모이고 있으며 그 중에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이 학교에서는 비디오나 인터넷으로도 교실에서의 수업과 마찬가지의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교재를 준비하고 있는 등 수강생의 다양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안조사장은 "결코 일시적인 붐이 아니다. 수강자의 상당수는 '앞으로는 회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으니 나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기능을 익혀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장래에 대한 위기감,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거품경제기에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배우러 다니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꽃꽂이나 다도와 같은 것이 소비활동과 차별화되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재의 자격취득과 기능향상에 대한 의욕이 높은 것은 고용환경 악화가 원인인 만큼 배우는 자세 또한 매우 진지해졌다. "노력함으로써 타인과는 다른 자기자신을 느껴 보고 싶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만큼 자기투자의욕을 부추기는 것은 여성들의 돈주머니를 여는 것으로 연결될 것임에 틀림없다.

소비재분야는 자기를 위한 투자욕에 직접 호소하여 소비를 신장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상품의 프레젠테이션 등을 연구해볼 여지는 있다.

젊은 여성을 자격취득으로 향하게 하는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자산형성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도 연결된다.

인터넷거래 전문 증권회사인 제트증권[가마노(釜野眞宏)사장]은 여성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체 고객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약 20%인데, 이 중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가 30%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이 회사가 초보자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주식강습회는 참가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가마노사장은 "젊은 여성고객은 거의가 100만엔 이하의 거래로 투자금액은 크지 않다. 단기매매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 자산형성으로 주식투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제트증권에서는 현재 매매수수료를 일률적으로 747엔으로 설정하는 등 많은 온라인 증권 가운데서도 저가격 노선으로 한발 앞서가고 있다. 그 자체가 거래액이 작은 여성에게 인기를 얻는 큰 요인이 되고 있는데, 여성고객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주식거래에 대한 기초지식을 4칸 만화로 알기 쉽게 해설하는 등 증권회사의 홈페이지의 이미지와는 달리 여성을 의식한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다.

또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탤런트의 이름을 가지고 그 기업의 주가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거나 보통의 10분의 1의 투자액으로 주식매매를 할 수 있는 '미니주식'의 취급도 개시하는 등, 초보자 중에서도 높은 비율을 점하는 여성고객의 획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증권에서는 주식거래의 초보자가 큰 마켓이 된다.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은 기존의 증권회사가 확보하지 못한 고객이기도 하므로 앞으로 점점 유망한 고객이 될 것"이라고 가마노사장은 보고 있다.


부모를 끌어들이는 寄生族의 소비


최근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부모와 함께 생활을 하는 '패러사이트(寄生)족'이라고 불리는 젊은이가 여러모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닛케이(日經)산업소비연구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패러사이트족의 심리, 행동패턴을 분석한 히토쓰바시(一橋)대학 이노베이션연구센터의 이카리(碇朋子)연구원은 "패러사이트족은 가용소득은 그리 많지 않지만 절약이나 저축에 대한 의식이 가용소득이 많은 층에 비해 낮고 소비에는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패러사이트족만으로는 소비 규모에 있어 기대할만한 점이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어머니와의 '연결소비'다.

최근 어머니와 딸이 함께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소비행동이 의류, 소매, 외식업계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돈의 출처는 역시 부모일 것이다.

게다가 모녀가 쇼핑행동을 함께 함으로써 현재의 40∼50대 여성이 20대의 딸로부터 영향을 받아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양복을 사는 등 세대를 초월한 새로운 소비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연결소비도 기업에게는 미개척 분야다. 오랫동안 이세탄의 바이어로서 미국의 고급품 전문점인 '바니즈 뉴욕'의 일본 점포와 'BPQC'의 운영에 관여했고 현재는 디자인회사 '에스 테 스'의 이사인 후지마키(藤卷幸夫)는 "원래가 20대인 영, 30대 이상인 미세스와 멘즈와 같은 구분은 판매효율을 높이려고 하는 백화점측의 요청에 따라 만든 것이다. 그렇게 폭이 넓은 구분으로는 소비자를 붙잡을 수 없다. 더욱 세세한 여성의 니즈, 또는 세대를 초월해서 기호를 맞추는 방안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세대를 초월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아도 집단으로 다루기가 어려워진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절대수 감소도 뒤따른다. 10년 후의 20대 전반의 인구는 현재의 60∼70%가 되고 만다.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연결소비를 어떻게 유효하게 도입하느냐가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여성의 변화가 GDP의 40%를 움직여


젊은 여성 소비의 다양화, 개성화를 가속시키는 것은 정보전달력의 경이적인 향상이다. PC나 i모드의 보급으로 젊은 여성의 지출에 점하는 통신비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나 전자메일에 의한 지출증가가 소비를 압박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나 전자메일로 친구끼리 또는 같은 취미나 기호를 가진 사람끼리 정보교환을 하는 수단을 획득했다. 입소문을 통한 유행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새로운 툴의 등장으로 정보전달의 속도는 경이적으로 빨라졌고 그것이 니즈의 세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인터넷의 시청률조사 서비스인 '저팬 액세스 레이팅'에 의하면 시청률 상위 1,000개 사이트 중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는 현재 19개로 금년 1월에 비해 3배 이상이 됐다고 한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상품·서비스의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많다. 그런 사이트 속에서도 고급 브랜드의 경매품에 특화한 것이나 여행과 운세와 같이 일상생활에 밀착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있는 등 타깃을 세분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벤처기업이 많은데 예를 들면 i모드를 만든 마쓰나가(松永眞理)가 참가하고 있는 e우먼[사사키(佐佐木かをり)사장]에는 리크루트, 베네세 코포레이션, NTT 커뮤니케이션즈 등의 대기업의 출자도 잇따르고 있다. 젊은 여성의 취향 세분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는 인터넷이 역시 유망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중 개인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다. "그 중 70%는 여성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소비 관련 업계의 통설이다. 가전제품이나 주택 등 가정소비 결정권의 대부분을 주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GDP의 약 40%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것이다.

그 여성 중에서도 20대 이하의 젊은층의 소비행동의 커다란 변화는 어쩌면 일본의 소비구조뿐만 아니라 경제 그 자체까지도 바꿔놓을 징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日警 비즈니스} (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