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경영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


중요성은 이해하면서도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스피드경영'. 이는 왜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제도피로를 일으키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진정한 개혁을 위해 장애요인이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실패 용납치 않는 조직이 의사결정을 지연


일본기업의 결단이 늦다는 것은 조직이 실패를 용납하지 않아 개인도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2등으로도 만족하며 책임은 지고 싶어하지 않으니 스피드가 날리 없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회사가 대기업이 된 대가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흉내를 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패전을 전후로 해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 속에서 자란 세대에게는 뒷거래나 암거래를 해서라도 살아남는 강력한 파워와 지혜가 있었다. 그런 세대가 전후기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 후 대기업에 들어간 사람들 대부분은 가난하거나 곤궁한 생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가 결여된 사람이었다. 현재 경영자를 비롯한 기업간부들은 그 세대 이상으로 고생을 경험하지 않는 도련님들뿐이다. 성장 일변도의 고도성장시대에 호의호식하면서 여유롭게 살아온 세대다. 그런 그들이 구성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지도 않고 실패도 용납치 않는다.

그런 선배사원들이 후배사원을 채용할 때는 자기가 부리기 편하고 또 명문대학 출신의 우수한 학생을 경쟁시켜 뽑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런 수재들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반항도 하지 않았고 고생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조성과 스피드가 없는 조직이 온존하는 것이다. 스피드화를 도모하려면 채용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회의에서는 실패가 두려워 책임을 회피하므로 누구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 계속 우유부단한 이야기만 오간다. 제안이 나와도 반대나 부정하는 것은 간단하므로 우수한 인재들이 논리정연하게 신중론을 편다. 결국 할 것인지, 하지 말 것인지도 애매한 상태로 남긴 채 회의는 끝나고 만다. 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내가 마침 그곳에 있었다면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현장에 나가 고객의 표정을 보고 생각하라"고 꾸짖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자기연마를 거듭해 유명한 호텔맨이 되어서 일류 명문호텔에 스카웃되어 부사장까지 오른 좋은 사례가 있다. 그 사람은 젊었을 때부터 고객의 표정, 레스토랑에서는 어떤 주문을 하는지를 잘 살폈다. 이름과 얼굴도 완전히 외워두었다. 그리하여 빈틈없는 서비스를 하면 단골고객이 늘어났고 그 호텔의 인기도 높아졌다. 실제로 그를 지명하는 고객이 늘어나자 그는 유명해졌고 스카웃되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의 진보적인 성향이 유명한 프로 호텔맨을 탄생시킨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럴수록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호텔맨처럼 국내외 호텔서비스를 공부함으로써 여러 아이디어가 생긴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제안하거나 실행하면 된다. 그것이 실패하면 다음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것을 반복하면 일도 재미있어지고 신속한 결단도 가능해진다.

e메일과 인터넷이 보급되면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의 결정을 요구하면 즉석에서 '예스', '노'를 답하는 미국이기 때문에 위력이 있는 것이지,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못하고 일주일씩이나 책꽂이에 그대로 꽂아두기 일쑤인 일본에서도 과연 필요한 것일까. 회사에 떠도는 소문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컨데 그 자리에서 회답할 수 있고 의욕이 넘치는 상사가 있고 부하가 있어야 비로소 메일과 인터넷도 스피드 향상에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는 '신규제안을 해도 상사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 그것을 허용하는 조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은행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은행장에게 '앞으로 국제금융맨의 양성을 위해 입사 10년차 사원에게 1개월의 휴가와 100만엔의 연구비를 주는 제도'를 제안한 적이 있다. 1개월 동안 테마를 정해 대학이나 외국여행 등을 통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안이었다. 경험에서 오는 교양의 필요를 강조한 것이었다. 은행장은 이해했으나 노조측이 "휴가는 좋지만 보고서제출이 조건이라면 결과에 차이가 나므로 곤란하다. 따라서 100만엔도 필요없다"고 거부했다. 결국 휴가만 실현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리프레시 휴가의 원형이 되었다. 무언가를 제안하다보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거래처도 보고 있으므로 앞서 언급한 호텔맨처럼 스카웃되어 출세할 수도 있다. '회사 내에서의 출세'만을 생각하니까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항상 스피드가 나지 않는 것이다.

스피드경영은 대기업체제에서는 무리다. 조직을 세분화해야 가능하다. 혼다(本田)기연공업을 창업한 혼다(本田宗一郞)는 4륜차에 진출할 때 "나는 4륜에는 흥미가 없다.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라"면서 은퇴했다. 산리오의 사장인 쓰지(　信太郞)도 대기업을 지향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이름과 얼굴이 일치하고 가족도 모두 알 수 있는 200명 정도의 사원과 함께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면서 커지면 분사화해버렸다. 중소기업 정도의 규모가 스피드경영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무턱대고 대기업을 지향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저해요인의 철저한 분석이 시급


조직·IT·의사결정시스템

일본의 전통적인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늦다'고 한다. 그 요인 중의 하나로 조직의 문제, 의사결정시스템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일본능률협회 컨설팅의 이사 겸 컨설팅기획본부장인 사이토(齋藤彰一)는 "훌륭한 경영이념이 있는데도 의사결정스피드가 늦는 기업은 최고경영자와 종업원간에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목표의 공유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위에서 '빨리 해라',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종업원은 어떻게 되고 싶은가 하는 목표를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생각하지 않고 지시받은 대로만 하는 '지시대기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스피드경영은 거의 가망이 없다."

또한 이전부터 자주 주창되어오던 '권한이양'도 그렇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어느 한 쪽의 권한만이 논의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원에게 권한을 이양해도 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면 두려운 나머지 일을 미루거나 상사에게 일임해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권한과 자기책임의 일체화를 이뤄야 비로소 권한이양이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IT를 도입한다고 해서 꼭 의사결정이 신속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을 그에 적합하게 만들지 않으면 IT도입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토는 ERP(통합업무基幹시스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예로 들어 도입효과 차이를 해설한다.

"이 소프트웨어를 투입해도 4분기 결산이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 그 차이는 최고경영자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의사결정을 위해 3개월마다 이런 수치가 보고 싶다'고 사내에 4분기 결산의 필요성을 얼마만큼 호소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빨리 해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경영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결산수치는 올라오지 않는다."

IT는 이미 경영도구가 아니라 중요한 경영기반이며 이를 전제로 업무시스템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사이토는 강조한다.

또 한가지 스피드화의 급소로 들 수 있는 것이 회의 등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이전에는 상위의 매니저가 중요한 정보를 거머쥐고 있고 그 정보를 조금씩 내놓으면서 매니지먼트를 해왔다.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 있는데 이는 꾸준히 노력해 만들어놓은 안건이 최종국면에서 뒤집히는 등 정보의 흐름을 차단시켜 스피드를 방해하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이며 정보에 부가가치를 부여해 현장을 지원하는 것이 매니저의 역할이다. 그런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사이토는 일본기업의 회의에 대해 이렇게 감상을 토로한다.

"회의가 아니면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품의도 그렇지만 회의에 여러가지 요소를 너무 많이 집어넣고 있다. 책임자 한사람의 생각으로 결정하면 되는데도 관계자 전원과 사전협의를 해놓고서 회의에서 결정한다. 여기에도 권한과 책임문제가 걸린다."

의사결정스타일에는 톱다운과 보텀업이 있는데 사이토는 경영의 스피드 향상은 한쪽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경영목표 전개는 톱다운으로, 현장의 구체적인 대응은 보텀업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두가지 스타일의 융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시계통이 일체화된 톱다운이 아니면 현장의 혼란을 초래해 스피드 저해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스피드경영을 위해서는 평소부터 목표를 공유하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조직면과 시스템면에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톱 매니지먼트

관청주도의 보호육성하에서 육성된 일본의 비즈니스 환경은 모든 업계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경영자를 출현시켰다. 부하에게 경영계획을 작성하게 하고 관청이나 동업타사(同業他社)의 동태를 살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주위로 하여금 제안토록 해 애매하게 허가한다. 실패하면 자신은 몰랐다고 하거나 부하가 너무나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오버했다는 등 부하를 감싸는 척하면서 책임을 떠넘긴다. 소고, 유키지루시(雪印), 미쓰비시(三菱)자동차 등이 모두 그러했다.

요컨데 경영책임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사고 발생 등의 사태를 극복하려 하지 않는다. 이래 가지고는 의사결정의 스피드 같은 것은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냉전종결 후 비즈니스 환경은 완전히 변해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게 되었다. 유감이지만 그러한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경영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다면 일본기업에는 의사결정이 가능한 인재와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인재가 없는 것일까.

"있다. 다만 주류에는 없다. 일본기업에서는 젊은 시절에 두각을 나타내면 주위로부터 견제를 받거나 상사가 경계하거나 해서 멀리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은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므로 감점주의인 일본의 대기업에서는 정말로 능력있는 사람이 외부로 겉돌게 되어 있다."

컨설턴트회사인 '와트슨와이엇'의 단노와(淡輪敬三)사장은 일본기업의 임원들 대부분이 낙제라고 말한다.

"앞으로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명확한 비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몇년 후의 매출은 이 정도이고 회사는 어떻게 된다든지 하는 리얼리티를 담아서 비전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서 현상에서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실현가능한 작은 목표를 계속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비전과 현실의 양쪽을 볼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다. 다만 이것은 콤비, 혹은 그룹에서 그 자질을 분담해도 좋다. 또한 결단을 내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 즉 실패했을 때는 책임지고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면 실격이다.

"인상으로 말한다면 오픈되어 있고 투명감이 있는 사람, 무엇이든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거드름만 피우거나 잘난 척만 하는 그런 느낌의 사람은 안된다."

어떤 인물이 좋은지 구별하는 방법은 이제 알았다. 문제는 실격인 지금까지의 임원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가이다.

"그것은 먼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일본기업에 있어서 임원회는 구름 위의 존재로 일반사원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래 가지고는 임원은 최고경영자의 신임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사업별로 이익률을 산출하고 담당임원의 책임 범위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담당사업에 대해서 가설(현상파악과 대책), 집행, 선택, 수정을 스스로 발표하도록 한다. 그러면 능력을 곧바로 알 수가 있다. 누가 만들어준 방침이라면 융통성이 전혀 없고 결점이 드러나므로 자신감과 의욕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물러난다. 그리고 스스로가 하고 싶다고 손을 드는 사람에게 시키면 되는 것이다."

단노와사장에 따르면 정말로 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가 진심으로 이 방법을 쓴다면 회사는 반년 만에 변한다고 한다.

정보를 개방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의욕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맡긴다. 룰이 바뀌면 사원의 의식도 바뀌고 의사결정 스피드는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포브스』 (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