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제공하여 소비를 늘린다"
빌드 어 베어, DIY방식 가미해 판매 호조

올 1월, 전미소매업연맹(NRF)이 '2001년의 가장 혁신적인 소매업자'로 선정한 인물은 맥신 클라크다. 그녀가 CEB(Chief Executive Bear, 이 회사에서는 CEO를 이렇게 부른다)로서 이끌고 있는 신흥기업인 '빌드 어 베어 워크숍'은 확실히 혁신적이다.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소매업의 범주에서 일탈할 정도다.


상품이 아니라 '재미있는 행위'를 판매

'빌드 어 베어'는 미국 전역에 4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테디베어 인형의 판매체인이다. 고객은 이곳에서 다음과 같이 '쇼핑'을 즐긴다.

점포 입구 근처에는 각종 테디베어와 코알라, 고양이 등의 봉제인형 샘플이 20종 이상 진열되어 있다. 샘플 밑에는 아직 솜이 채워져 있지 않은 인형의 '모피'만 놓여져 있다. 마음에 드는 모피를 선택해 점포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거기에는 대형 냉장고 크기의 솜을 집어넣는 기계가 있다.

고객은 기계의 송풍페달을 밟는다. 점원이 압축공기에 의해 기계 밖으로 나오는 솜을 재빠르게 모피 속으로 채워 넣는다. '안았을 때의 느낌'을 확인해가면서 알맞게 솜을 채워 넣는 작업이 끝나게 되면 이번에는 생명을 불어넣는 의식이 기다린다.

고객은 500엔 동전 크기의 붉은 색 하트를 양손으로 감싸듯이 쥐고서는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거나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기도를 올리고 숨을 불어넣고 난 뒤 봉제인형 속으로 하트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나서 솜을 집어넣은 입구를 꿰매고 깨끗하게 솔질하면 일단락된다.

다음에는 PC에 정보를 입력한다.

고객의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고, 인형의 이름과 생일을 설정하면 출생증명서가 프린트된다. 마지막으로 양복, 액세서리 매장에서 곰 인형에게 입힐 옷과 신발 등을 골라서 試着코너에서 입혀본다.

점포에 들어서서 계산을 마칠 때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아이들은 이런 '쇼핑'을 재미있어 한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손자에게 줄 선물 때문에 오는 사람도 있고, 노부부 두사람이 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 등 점포 안은 매우 떠들썩하다.

'빌드 어 베어'는 상품을 판다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테디베어를 탄생시키는 '재미있는 행위'를 팔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재미있기 때문에 12달러짜리 봉제인형에 10달러짜리 스웨터와 6달러짜리 청바지를 입히고 7달러짜리 구두를 신기고 5달러짜리 모자를 씌워 계산대에서 40달러를 지불하더라도 부모들은 즐거워하는 것이다. 봉제인형 그 자체의 가격은 10∼25달러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들은 공수도 도복에서 턱시도까지 갖추는 의상선택에 여념이 없다. 봄 의상으로 갈아 입히기 위해 옷만 사러오는 손님도 있다.

출생증명서를 만드는 것도 묘미다.

재미있게 여기는 고객은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해 '빌드 어 베어'의 고객 데이터베이스 작성에 협력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크리스마스나 곰 인형 생일에 '가장 사랑스러운 테디베어에게 이런 선물은 어떠세요' 등과 같이 카탈로그나 전자메일을 보내 추가적인 상품구입을 촉구한다.


'체험과 감동'이 성공의 키워드

빌드 어 베어의 1호점이 센트루이스(미주리주 소재)에 오픈한 것은 1997년 가을이다. 3년 동안 40개가 된 점포 수를 올해 안에 7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작년 매출액은 5,000만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주식공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창업자인 클라크는 30년 가까이 미국 유통업계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메이 디파트먼트 스토어즈의 바이어를 시작으로 해서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 직전에는 북미에 4,500여개 점포를 체인으로 전개하고 있는 신발전문점 페이레스 슈소스의 사장을 역임했다. 소매업에 정통해 '쇼핑이란 꼭 물건을 사는 것만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체험이다'라는 것을 지론으로 하는 클라크가 스스로의 경험과 철학을 응축시킨 것이 빌드 어 베어였다.

'재미를 연출해 체류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한다.'

많은 소매업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세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풍요로운 세상에 사는 현대의 소비자에게 쇼핑을 재미있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곰 인형을 팔기 위해 미국 유통업자가 고안해낸 대단한 장치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시간을 아까워하는 소비자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99년에 출판되어 미국의 유통·서비스기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서적인 『The Experience Economy』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커모디티(Commodity)화 되어가는 지금,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화만으로는 점점 더 격해지는 가격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성공하는 기업들의 키워드는 '체험과 감동'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상품과 서비스 공급을 통해 고객에게 잘 잊혀지지 않는 체험을 제공해야 하고, 구입 이전과 이후에 자신이 뭔지 모르게 변했다고 느낄 정도의 감동과 기쁨을 제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를 위해서 기업은 명확한 줄거리를 제시하고, 점포는 극장처럼, 점원은 배우처럼 연기해야만 한다. 아무래도 테마파크와 헐리웃 영화의 나라다운 주장이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빌드 어 베어는 이 이론에 딱 들어맞는다.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가 이 점포의 테마이고 점원은 그것을 중개하는 상냥한 형과 누나인 것이다. 인형을 들고 점포를 나서는 아이들은 작은 친구를 사랑해주고 지켜야 한다. 어제와는 다른 자신을 의식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직판이 실물점포를 갖추고 있는 유통업자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할 때도 이 '체험과 감동'이라는 키워드는 중요하다.

인터넷 직판은 현시점에서 안전성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쇼핑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의 증가는 인터넷 직판이 언젠가 실물점포에서 물건을 파는 업자에게 위협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아마도 싼 가격과 편리성으로는 승부를 할 수 없는 실물점포는 얼굴을 마주보며 상대한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지금은 물욕감퇴불황의 시기다. 넘쳐나는 물건에 질려버린 소비자들에게 덤을 내밀어도 그냥 가버릴 뿐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배고픔을 느낄 때 물건을 팔아야만 한다.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파는 방법은 두가지다. 시간을 낭비했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까지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시간을 단축하거나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더욱 유익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즐거움과 흥분을 제공해야 한다.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소비자 의식의 유무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