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은 '女心'에서 탄생한다
현재 시중에서 히트하고 있는 상품을 열거해 보면 여성들의 인기를 얻어 붐을 이룬 상품이 많다. 예를 들어 원래 어린이용으로 개발된 스낵의 '사은품'은 뛰어난 품질로 인해 여성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면서 히트한 경우다. 디지털상품이라도 여성들은 '작고', '가볍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여성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는 단돈 100엔도 아까워하지만, 마음에 들면 좀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잘 팔리는 상품, 화제가 된 상품을 모아보면 거기에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휴대메일이나 캐릭터 상품, 브랜드 붐의 재도래 등 히트상품은 女心의 급소를 찌른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성의 구매행동은 패션, 먹거리, 기분전환의 세가지 범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요는 '귀엽다', '맛있다', '기분 좋다'를 아주 좋아하는 셈이지만, 여성은 현명한 소비자다. 브랜드상품이라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현금자동인출기의 수수료는 아까워한다. 자기의 마음에 드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지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100엔도 내려고 하지 않는다.

도대체 여성들의 금전감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점과,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의 행동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대는 흥미를 더해준다. 어쨌든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상품이 히트하게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여성들이 좋아하는 물건'은 어떤 경로로 개발된 것일까? 패션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우리 주변에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영업사원의 열의로 [소바메시] 대히트

"없어요, 없어."

작년 12월 22일 냉동쌀밥인 [소바메시]의 판매가 일시 중단되었다. "예측을 훨씬 넘는 판매로 인해 주문에 대응할 수 없어 잠시 출하를 정지하고 생산을 계속했다"고 식품메이커인 니치로의 홍보실에서 일하는 후지사와(藤澤素子)는 말한다.

소바메시는 이름 그대로 야키소바(기름에 튀긴 메밀국수)와 밥을 함께 볶은 상품이다. 원래 1955년경부터 효고(兵庫)현 주변의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에 존재했었고 처음에는 그 이상스런 외양 때문에 '도그 푸드(개밥)'라고 불렸다. 어째서 그런 지방식품인 소바메시가 폭발적으로 히트했을까? 거기에는 한 영업사원의 열의를 높게 사준 상사의 영단이 있었다.

이야기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에는 소바메시에 푹 빠진 20대의 영업사원이 있었다. 고베(神戶) 출신의 그 영업사원은 "어릴 때 먹던 소바메시를 전국에 퍼뜨리고 싶다"고 개발담당자에게 제안했으나 시장조사결과가 나빠서 어이없이 폐기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 다시 "소바메시를 내놓고 싶다"고 상사를 설득하여 상품화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99년 가을 간사이(關西)지방에서 한정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쉽게 친밀해지는 서민적인 맛'이 젊은층이나 주부 사이에서 단숨에 번져갔다. 작년 6월에는 전국적인 판매도 시작하여 불과 반년 만에 월 12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해 니치로 창업이래 화제의 히트상품으로 성장했다.

지금 냉동식품업계에서는 소바메시뿐만 아니라 [규스지메시(소고기 볶음밥)] 등 쌀을 가공한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쌀의 총수요가 신장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기밥솥을 이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밥'의 인기는 아주 견실한 것 같다.

한편 쌀에 이은 국민식품인 라면이나 카레라이스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이나 레토르트 카레(조리가 끝나 밀봉된 카레)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각지의 라면을 재현한 [각 고장 시리즈]가 인기인데 레토르트 카레 분야에서는 '옛날 이름'을 가지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품이 있다. "품도 들이고 시간도 걸려서 만든 어른용 카레다. 최상품의 소고기, 엄선된 향신료, 마늘과 고추로 조미했다"고 [해군아저씨의 카레]라는 히트상품을 발매하고 있는 조미(調味)상사의 세토(瀨戶映男) 사장이 해설해주었다.

1908년에 간행된 『카레라이스 해군조리법』에 기초하여 다시 만들어진 [해군아저씨의 카레]는 군항의 거리 요코스카(橫須賀)의 이미지로 팔리고 있는 4종류의 레토르트 카레 중 하나다. 그것은 먹은 후에 찾아오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99년 봄에 요코스카 지방과 전국에 있는 해군기지 안의 매점에서 팔리기 시작하여 서서히 판매지역을 확대해나갔다.

"고풍스럽고도 새로우며 복고적이면서도 재미있다는 점에서 시대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인 복고의 붐 속에서 '해군'이라는 말의 이미지가 젊은 여성들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다"(세토 사장).

현재의 판매개수는 월 5만∼7만개다. 우체국에서 실시하는 '우편택배' 경로로도 연간 6,000만엔의 매출을 올린다. 2인분들이 포장이 800엔으로 매우 비싼데도 불구하고 여성으로부터의 신청도 많다고 한다.

국민식품은 진화하고 있다. 쌀도 라면도 카레라이스도 그 간편성과 이미지가 히트의 요인이 되고 있는 시대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새로운' 상품이 일본의 식생활을 바꿔가고 있다.


어른들의 수집열기 부추겨 성공

후루타제과의 [초코에그]는 작년의 완구과자시장을 대표하는 히트상품이다. 99년 9월에 '일본의 동물시리즈' 제1탄이 발매된 이후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아 한때는 물건이 떨어진 편의점이 속출했을 정도였다.

"사은품(동물 미니어처)을 받는 것을 계기로 동물도감을 펼쳐보라는 뜻에서 어린이용으로 발매한 상품인데 지금은 완전히 20∼30대의 어른용 상품이 되어버렸다"[후루타제과 과자영업본부장 후루타(古田正彦)].

계란 모양 초콜릿 속에 완구가 들어 있는 상품이라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킨더 서플라이즈]가 있다. 그 일본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코에그]가 왜 그렇게까지 어른들에게 인기일까? 그 비밀은 '품질이 뛰어난 사은품'에 있다고 후루타는 분석하고 있다.

사은품의 조립식 형체는 조형가인 마쓰무라(松村しのぶ)가 원형을 만들고 그것을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다. 섬세한 색까지 표현한 리얼리티가 어른들의 수집열기를 부추겼다. 제2, 3, 4탄과 새 시리즈가 발매되기 때문에, 그때마다 모든 종류의 사은품 전부를 모으고 싶어진다. 통칭 '초코에거'들은 10개 들이 한 상자를 통째로 구매한다.

"폐색감이 만연하고 있는 현 시대 특유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그 사은품에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회귀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고 생각한다"(후루타).

작년 9월 25일부터 발매된 신시리즈 '애완동물 콜렉션'은 여성의 마음도 사로잡고 말았다. 발매시작 한달 만에 전국출하 300만개라는 히트를 쳐 간토(關東)지방에서는 '생산이 달려서' 판매를 일시중지할 정도의 성황이었다.

"고객층을 넓힐 목적도 있어서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동물로 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후루타는 말한다. 그 의도대로 개나 고양이, 햄스터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시리즈도 상당히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모으는 물건'이지만 어른인 여성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메이지(明治)제과의 [365일 버스데이 테디]다. 캐릭터 '테디'의 봉제완구를 포장한 상품은 작년 7월에 중부지방에서 먼저 발매하기 시작해 순식간에 히트상품이 됐다.

"사은품인 테디에게 생일과 이름을 붙인 것은 많은 종류 중에서 이것을 선택해주기를 바라고, 테디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일선물을 쇼핑하는 어른에게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메이지제과 홍보부의 와타나베(渡 麻由美)는 말한다. 상자의 작은 창을 통해 어떤 무늬의 테디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테디를 고를 수 있고, 상자를 열어본 뒤에 생일과 이름을 알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당초 이 상품의 컨셉트로 삼았다.

그런데 발매 직후부터 메이지제과에는 "생일의 리스트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마음에 드는 무늬에 따라 고르기보다는 자기 또는 애인과 같은 생일을 가진 테디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곧 점포에 비치할 광고전단을 작성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생일 리스트를 발표하는 등 고객들의 요망에 따랐다.

금년 1월 16일에 긴키(近畿)지방에서 발매했는데 너무나 잘 팔려 1월 29일에는 일시적으로 발매가 중단됐다. '20억엔이면 대히트'라는 제과업계에서, '테디'는 소매 기준으로 연간 30억엔의 매출이 목표인 메가 히트가 됐다.

이 테디 이외에 제과업계에서 히트하고 있는 캐릭터 수집 붐의 대표주자를 들자면 후지야(不二家)의 인기상품인 [미니미니 페코짱]이 있다.

하트형의 초콜릿과 높이 5㎝ 정도의 페코짱·포코짱의 마스코트 인형이 세트로 된 [미니미니 페코짱] 시리즈는 99년 1월에 제1탄으로 '세계의 민족의상 시리즈'를 발매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제2탄 '해피 기념일 시리즈', 작년 11월에는 페코짱 탄생 50주년 기념의 '모두의 꿈 시리즈'가 발매됐다. 사은품인 마스코트는 자물쇠가 달려 휴대전화의 끈이나 열쇠고리에 매달 수 있다.

"어른도 만족할 수 있도록 색깔이나 정교성 등 인형 그 자체의 품질에도 신경을 썼다. 디자인은 극단적으로 시대에 영합하기보다는 오히려 정통적인 캐릭터의 맛이 남도록 하고 있다"[후지야 총무부 홍보담당 우에다(上田博子)].

현재의 캐릭터 상품은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디자인 변경의 사이클이 빠르다. '테디베어'나 '페코짱'과 같이 고정적으로 쭉 팔리는 것으로 인지되고 있는 캐릭터에 대해서까지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을 갖고 싶다"는 여성들의 요망에 따라 언제나 신선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상품은 기능과 디자인이 중요

'여성은 기계에 약하다'는 말은 이제 과거의 얘기다. 지금은 휴대전화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과 PC를 사용할 줄 아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디지털카메라나 노트북 PC 등 자꾸만 소형·경량화하는 디지털기기분야에 주목해보았다.

디지털카메라의 대히트상품인 'IXY디지털'이 인기를 얻고 있는 비밀에 대해 캐논 홍보부의 오카모토(岡本芳弘)는 "소형, 간단, 고품위, 이 세가지가 잘 융합됐기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광범위한 층에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IXY디지털은 발매 당시 광학 줌이 부착된 200만화소 모델로는 세계 최소·최경량의 소형 몸체를 실현했다. "보통 카메라와 같이 쉽게 촬영할 수 있다"(오카모토)는 조작의 간편성 때문에 대히트했다.

담배갑 크기의 몸체에 고급스런 패션감각의 디자인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서 구매를 미루고 있던 20대 후반의 여성들이 즉시 구매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발매 당초, 품절이 속출하여 입수하기 어려웠던 것은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한 나카타(中田)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노트북 PC 시장에서도 기능과 디자인을 추구한 기계가 인기를 얻고 있다.

DVD-ROM 드라이브를 내장한 'LaVie'(NEC)나 '人'[마쓰시타(松下)전기산업], 쾌적성과 엔터테인먼트성을 추구하는 '바이오 노트'(소니)가 그 좋은 예다. 초보자에서 새로운 기종으로 바꾸려는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핵심사항으로 보고 기능면을 체크하여 '나에게 꼭 맞는 물건'을 찾아내고 있다.

한편 최신 음악을 즐기는데는 MD플레이어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떠올랐다.

새로운 MD포맷인 'MDLP'를 탑재한 'Clavia'[니혼(日本)빅터]는 MD라디오카세트 시장을 대표하는 인기상품이다. 컬러가 풍부하고 디자인과 기능을 함께 갖춘 점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여고생과 20대 전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둥그스름하게 생긴 모양의 몸체와 은색을 포함한 다섯가지의 컬러가 호평을 받고 있다"[니혼빅터의 홍보그룹 부참사 하시마(橋間弘幸)].

여성에게 인기 있는 물건은 히트한다. '작고', '가볍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의 기호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앞으로도 탐욕스럽게 진화를 계속해 갈 것이다.
『THE21』 (日) 200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