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과 특허전략
특허가 가진 숨은 가치를 찾아내 공격적인 경영전략 수단으로 활용하라! 이 책은 선진기업들의 특허활용경영 전략을 소개함으로써 특허권을 가지고 수익을 만들어 내는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 즉 특허침해소송이라든지 막대한 기술 사용료 등에 대한 대비의 시급함과 기술자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산업시대에는 토지와 자연자원이 생산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현대사회는 아이디어와 혁신이 경제성장과 기업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시장과 원료에 대한 통제권을 쟁취하기 위해 기업간, 국가간에 경쟁을 했지만 오늘날은 아이디어와 발명에 대한 독점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소송, 셀프로와 박스터 인터내셔널의 소송 등과 같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했던 특허소송의 예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루슨트, 제록스, IBM, 프라이스라인닷컴, 아마존 등 하이테크 기업들이 지식재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업에서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특허법의 기본취지인 권리화된 기술의 독점 문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려 왔다. 세스 슐만과 같은 사람들은 지식재산권을 제한하지 않으면 독점권의 지나친 행사로 인해 결국은 혁신을 억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발국들이 기술을 무단으로 도용으로 인해 미국내 기업들의 수익률이 극도로 악화되자 미국은 자신들의 권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특허와 혁신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국립경제연구소(NBER) 등에서 발표되면서 미국 행정부는 반독점보다는 특허권을 강화해 국부의 유출을 방지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게된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아울러 기업들이 어떻게 특허권을 이용해야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도구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 우선 보유한 각각의 특허들을 사업단위 성장률과 현재 사업조직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에 필수요소인지, 미래의 전략계획의 수립에 필수요소인지, 아니면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요소인지에 따라 특허를 그룹화하여 핵심특허와 비핵심특허로 구분한다. 성장률이 높은 사업단위에 포함되면 사업단위에 필수적인 특허들은 계속해서 보유하는 전략을 취해야 하며, 성장률이 높기는 하나 자사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라이선스 내지는 합작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성장률이 낮은 사업단위로서 미래에 사용계획도 없는 특허들은 처분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작업을 저자는 성장-유지-처분(Grow-Fix-Sell)이라 명명한다. 이렇게 구분된 특허는 각각의 영역에 따라 성장전략, 유지전략, 처분전략 등이 행해지게 된다.

성장전략의 예로 디지털 모뎀 사업분야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마티 커뮤니케이션즈를 인수한 TI(Texas Instrument)를 들 수 있고, 잉크젯프린터 시장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이윤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잉크젯 카트리지, 용지, 프린터용 소품들 모두를 특허화한 캐논이 유지전략의 예가 될 수 있으며, 애버리 데니슨이 채택한 사업단위 처분은 처분전략의 예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성장-유지-처분 전략을 위한 IP-조망도, 특허인용 트리 등의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들을 가능케 하는 기업조직의 구축을 위한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R&D 성과의 극대화를 위한 특허전략에 대해 제언하고 있다. 역사상 특허권의 중요성과 침해의 위험성에 대해서 가장 크게 일깨웠던 코닥과 폴라로이드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저자는 특허가 연구개발의 성과를 판가름한다고 이야기한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막대한 자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이며, 연구개발단계에서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IP) 문제를 적절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침해비용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의 축소, 이윤감소, 경쟁력의 약화 등 기업에 총체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그와 반대로 IP문제를 연구개발과정의 전략적인 요소로 취급할 때는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강력한 성장엔진이 될 수도 있다.

하니웰의 자동초점카메라 특허 침해로 1억 달러가 넘는 손해배상 비용을 지불했던 미놀타, 소기업인 포나의 MRI특허를 침해해 역시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던 GE 등 타사의 특허를 침해함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예와 윈도 컴퓨터의 기반을 이루는 GUI관련 기술을 특허화하지 않았던 제록스와 최초의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를 특허화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엑셀이나 로터스 1-2-3에 자신의 영역을 헌납해야했던 댄브래클린 등 연구개발 초기의 성과를 특허로 보호하지 못한 예들은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서 IP에 소홀한 이유로 급변하는 현시대에 제품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으며 의도적 침해로 판결 났을 때, 너무나 막대한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연구개발 단계에서 IP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변명하지만, 저자는 개발단계에서 특허분석을 행할 시간이 없다면 특허소송에 대비할 시간은 있겠는가 그리고 연구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들어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오늘날 기업들의 연구개발 실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영과정의 핵심요소를 장악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접근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사전평가, 가능성확인, 제품개발, 확장 등 일련의 단계로 구성된 IP-3라는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또한 무형자산의 대표적 예인 특허를 기업의 재정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허를 통해 기업의 재무상황에 도움을 주었던 대표적인 예로 캐드트랙을 제시하고 있다. 캐드트랙은 EGA와 VGA기술에 특허권으로 보호되고 있는 자사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음을 간파한 후 특허권만을 가지고 기술에 무임승차했던 기업들에게 라이선스함으로써 5,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사의 기술을 라이선스하고자 노력하기 전까지 캐드트랙이 보유하고 있던 특허권은 장부상에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도 못했던 사실에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사실이다.

저자는 기업 내 상황에 따라 앞서 언급한 특허권들의 성장, 유지, 처분의 구분을 통해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수익창출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전략은 18개월에 5년 정도의 기간 안에 새로운 시장과 사업기회를 개발하기 위하여 채택하는 전략인데, 그 예로 모스텍을 7,000만 달러에 인수한 후 1992년까지 라이선스로만 4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해 낸 SGS-톰슨의 예를 들고 있다.

유지전략은 낮은 성장률, 무너진 시장기반, 축소된 이윤 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0년대 초 특허자산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통하여 오늘날 매년 10억 달러의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는 IBM과 1980년대 중반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가 특허 라이선싱과 소송이라는 돌파구를 통해 극적으로 벗어난 TI를 예로 언급하고 있다.

처분전략은 경영실적이 저조하거나 비전이 없는 사업들을 다양한 처분전략을 통해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DEC와 씽킹머신즈의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IP를 자산개발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서 IP에 대한 가치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신규 사업영역을 개척함에 있어서도 특허는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사항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인수합병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인수합병은 기존의 시장과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인수 자체에만 초점이 맞추었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인수합병시 합병대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과 기술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신규사업영역을 개척할 때에 고려해야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자사가 개척한 시장에 대하여 얼마나 철저한 진입장벽을 세움으로써 후발주자들의 침입을 차단하는가인데 이는 원천특허를 가지고 원천특허의 주변에 특허장벽을 세움으로써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현재의 발열전구보다 10배 더 밝은 빛을 내는 필라멘트를 만든 기업이 있다고 했을 때 특허장벽으로 자사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내열성이 있는 유리막과 소켓 그리고 전구내부를 좀더 완벽하게 진공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을 계속해서 특허 출원해야만 후발주자들이 자신의 제품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인터넷 사업의 특허권 문제를 심도있게 고찰한다. 저자는 전체 자산에서 유형자산의 구성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인터넷 특허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졌고, 특허권을 이용한 초기시장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과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예를 들면서 인터넷 사업에서는 누가 먼저 시장에 진입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특허권을 얻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는 특허권이라는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명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 주장하면서 인터넷 공간상의 특허권에 대하여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픈소스운동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 경제에서 시장을 선점하고, 선점한 시장을 육성하고, 방어하는데 도움을 주는 특허권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핵심제품 또는 서비스의 이점보호와 브랜드파워의 증대를 통한 독점적인 시장의 지위확립, 오픈소스의 힘을 이용하는 것과 침해위험회피를 통한 전자상거래 경쟁력 보강, 금융과 가치평가 노력을 보강하는 IP자산의 이용과 미사용 특허의 발굴을 통한 아이디어 가치의 향상 등 인터넷 사업의 가치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재산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더욱 커져 가는 특허권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이윤창출, 연구개발의 효율성 증대와 지속적 혁신, 기업의 가치증대, 인수합병에 있어서 평가기준으로 특허권의 활용과 아울러 경쟁사의 제품전략 파악과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 침해회피, 독점적인 실시권 등 기업 내 특허권의 다양한 활용방안이다.

물론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특허 안에 내재된 경제적·경쟁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국내 기업들에게 더욱 두드러진 현상으로 파악된다. 무한경쟁시대에 국내기업들이 외국의 선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이라는 기업의 무형자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의 활용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경우를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서구의 나라들과 달리 우리의 정서는 법적 송사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개인이나 기업, 더 나아가 국가가 재산권 경영에 소홀했던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으나, 이제 우리 기업은 한국만의 기업이 아닌 세계의 모든 곳을 시장으로 또는 생산기지화하고 있다는 점과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조차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전략차원의 시각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양광민(중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