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이 부진한 CEO가 생존하는 법


선빔의 제리 레빈, 폴라로이드의 게리 디카밀로, 그리고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우스키는 생존한 CEO들이다. 이들 CEO는 어느 특정 시점에서 CBS 생존자 프로그램의 탈락한 출연자처럼 기업에서 내쫓길 위험에 처해 있었다.

1998년 6월 레빈이 해고된 선임자 앨버트 던랩의 자리를 대신할 때 곤경에 빠져 있었던 선빔은 현재도 막대한 손실과 지속적으로 싸우고 있다. 이번 달에는 미국 파산법 제 11조에 의거, 채권은행들로부터 보호받는 소송을 제기했다. 폴라로이드는 95년에 디카밀로가 취임한 이후 여러 차례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난 후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러 문제들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타이코의 코즐로우스키는 99년 말 증권감독위원회(SEC)의 비공식 조사를 촉발한 회계처리에 대한 논란으로 884억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 중 500억달러가 날아가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이 세명의 CEO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경영 풍토와 어긋나는 것이다. 변덕스러운 주주들의 시대에는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는 기업 지도자들조차 심각한 좌절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제록스, P&G, 메이태그, 질레트, 그리고 알레게니 테크놀로지즈의 CEO들은 취임한지 2년도 채 안되어 사임하거나 축출됐다.

그렇다면 레빈, 디카밀로, 코즐로우스키는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는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 CEO 트리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공통적인 요소는 주요 고객 및 종업원, 기관투자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기업 내 이사회와 쌓은 신뢰였다.

현명한 세명의 해결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CEO들의 생존 방법을 제시한다.


성난 고객을 신속하게 진정시켜라

억만장자의 재력가인 로널드 페렐만(페렐만은 레빈이 전에 담당하던 등산장비회사인 콜만에 선빔을 팔면서 선빔의 제 2의 투자가가 됐다)이 소형 기기와 등산용품을 제조하는 선빔의 사업을 구하기 위해 소방수로 레빈을 내세웠을 때만 해도, 몇몇 주요 고객들은 금방이라도 도망갈 상황이었다

레빈은 선빔을 경영했던 던랩이 단기 이익을 위해 과다 재고의 짐을 소매업자들에게 떠넘겼다고 비난했다. 취임 이튿날 그는 6개의 소매업자들을 초청해 사과했다. 레빈에 의하면 한 유통업자는 "당신 회사는 우리의 공급업체 중 최악의 업체이기에 이제 당신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선빔의 서비스 질의 악화와 약속 불이행에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이들 모두 선빔에게 문제가 있었고, 우리의 판로를 위협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하지만 이들 유통업체들은 과거에 선빔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돈을 벌었고, 레빈의 90년대 중반 레브론의 핵심 화장품 사업조정 경험을 존중하고 있었다. 그의 지휘하에 레브론은 화장품 브랜드 시장의 선두를 달리게 됐던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선빔의 새 CEO에게 그들의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는 배달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아시아에서 만든 제품을 배가 아닌 비행기로 수송했다. "매출을 위해 이익을 포기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과 신뢰를 재구축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레빈은 말한다.

전직 동료들을 경영팀으로 끌여들여라, 아니면 최소한 기존 경영팀을 당신 편으로 만들어라. 몇몇 경영진들의 배신과 부상하는 새로운 경영진들로 인해 제록스의 CEO 리차드 토만의 재임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었다. 비난받고 있는 AT&T의 지도자 마이클 암스트롱은 많은 유능한 경영자들이 떠났기 때문에 강력한 이사회의 압력에 시달려왔다.

레빈이 선빔의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받아들인 후 콜만社의 동료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내가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좋지 못한데 어디 가서 사람을 구하겠는가?"라고 56세의 CEO는 말한다. 그가 고용한 총 32명의 경영진중 29명이 그의 밑에서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었다.

코즐로우스키는 지속적인 승진을 거쳐 92년 타이코의 최고경영자 지위까지 오르게 됐다. 그는 회계처리와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 임원들의 충성심을 강화시키는 등 남들보다 앞서 나갔다. 예를 들어 그는 두달 동안 매일 타이코의 공장 및 판매직원들과 미팅을 열었다.

"우리 회사는 직원 다수가 주주들이다. 종업원 개개인의 순자산이 우리 기업에 묶여 있다. 종업원들은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CEO의 말을 듣고 싶어했다"고 그는 회고한다(버뮤다에 소재한 타이코의 경영은 뉴햄프셔주의 엑시터에서 이루어진다).


주요 투자자들과 지나칠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라
코즐로우스키는 자신이 사업모델과 회계원칙을 설명하는데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회계관행 위기가 발생했을 때 타이코를 담당하는 12명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중 그 누구도 평가등급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댈러스의 자금담당 매니저인 데이빗 타이스는 회보에서 비록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타이코의 막대한 인수 관련 수수료로 실적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코즐로우스키는 99년 10월 회보가 나간 직후 주요 기관 투자자들과의 회의에서 타이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다음주에 그는 뉴욕의 최고급 호텔에서 500명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한 가운데 입석 회의를 개최했다. 무엇보다 그는 타이코의 연례 보고서를 투자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 것을 약속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복잡하지만 중요한 재무정보들이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보지 않는 보고서의 주석에 숨겨져 있음을 비난했다(SEC는 지난 여름에 이 기업 회계가 적정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타이코의 이사들이 자신을 몰아냈을 것이라 코즐로우스키는 믿고 있다).

폴라로이드가 지난 가을 기업전망을 낙관적이라고 발표한지 몇주가 채 지나지 않아 3분기 실적치가 전망치를 밑돌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에 소재한 이 휴대용 카메라 및 필름 제조업체의 주가는 85년 이후 처음으로 20% 하락했다. 이 기업은 바로 이어 4분기에 59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정례적인 분기 배당금을 유보했으며, 인력을 11% 감축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50세의 디카밀로는 월스트리트에서의 신뢰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20여개의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폴라로이드의 디지털 인쇄 전략을 아직 완전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가 "그러한 사실들이 밝혀졌을 때 보증할 수 있는 수준보다 낮다"고 말한다. 계획된 신제품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폴라로이드 필름에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가 포함되어 있다. "폴라로이드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일은 취임 당시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디카밀로는 고백한다.


이사회 임원들과 솔직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의 기대수준을 낮추어라
"이사회는 당신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보다 솔직함을 보일 때 당신을 더욱 지지한다"고 선빔의 찰스 엘슨 이사는 말한다. 그는 레빈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태도가 "이사회로 하여금 그의 능력과 서비스에 대해 신뢰를 갖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선빔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손실로 시달리고 있는 이 기업은 막대한 부채, 주주들의 소송, 그리고 과거 회계처리에 대한 SEC 조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그는 조금은 놀라워하면서 말한다.

폴라로이드의 디카밀로도 10월 중순 3분기 실적 발표 직전 각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목표달성 실패를 설명하느라 기진맥진했다. "그는 이사회를 놀라게 하는 법이 없다. 그가 이사회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고, 아마 다른 사람이 CEO였을 것"이라고 폴라로이드 이사회의 인력개발위원회 위원장인 존 루스는 말한다.

95년 하반기에 취임 한 디카밀로는 3년 내 폴라로이드 정상화라는 이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지난 가을, 예정되어 있던 5년 계약 만기보다 1년 앞당겨 그의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영자가 솔직하다고 해도 경영실적이 극히 부실한 경우에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일부 CEO들은 불과 두 분기의 실적 부진으로 퇴임해야 한다. AT&T의 암스트롱이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거대 부실 전화업체는 2000년에만 4번이나 이익 예상치를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물고문이 될 때, 그 때가 바로 CEO가 신뢰를 잃게 되는 때다. 모든 것은 신뢰에 달려 있다"고 코즐로우스키는 결론을 내린다.
『WALL STREET JOURNAL』 (美) 2001.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