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규제의 허와 실


1998년 롱텀 캐피털 인베스트먼트(LTCM)와 관련된 금융 위기로 은행들에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LTCM은 코네티컷에 본부를 둔 헤지펀드로 부채위험이 지나치게 높았다. 은행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대출한 반면 담보는 거의 요구하지 않았으며 규모가 큰 리스크 자산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 이 펀드의 몰락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가 위험에 빠졌을 때,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채권자들이 36억달러 규모 자산을 인수하도록 중재해야만 했다.

규제당국은 LTCM의 도산 사태의 재발을 막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규제당국은 헤지펀드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지만 헤지펀드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은행들을 통해 헤지펀드를 감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리스크를 두가지 방법으로 감소시키고자 한다. 첫번째는 은행과 은행의 고객이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레버리지가 높은 기관들이 자산가격이 떨어질 때 자산을 팔도록 하는 리스크 관리법을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당국은 시장안정을 도모하려다가 무의식중에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규제당국이 틀리기 쉬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지나치게 신임할 뿐만 아니라 규제 시스템의 궁극적 시험무대이라 할 수 있는 혼란기에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새로 제안된 '바젤자본협정(Basel Capital Accord)'이다. 바젤II로 알려진 이 협정은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할지를 규정한다. 헤지펀드에 대출을 해주는 다른 기관인 투자은행은 이 새 협정의 대상이 아니다. 제안서는 뉴욕주의 연방은행장 윌리엄 맥도너가 의장으로 있는 세계은행규제위원회에 의해 지난 달 제출되었다. 맥도너는 LTCM 인수 중개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바젤위원회는 5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올해 최종안이 확정되면 미국을 비롯한 100여개 국가들은 이 협정에 맞추어 자국의 규정을 수정하게 된다.

바젤협정의 비판에 앞장서는 대표 주자는 온건한 성향의 은행가인 아비나쉬 퍼사우드이다. 그는 보스턴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글로벌 리서치 담당 이사로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헤지펀드에 대출을 하지 않고 있으며 퍼사우드는 헤지펀드 운영자들이 약간은 거만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는 대출기관을 통해 헤지편드를 통제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견해는 바젤을 비롯, 런던에서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기업공시 문제다. 퍼사우드는 어느 정도의 기업공시는 필수적이지만 지나친 기업공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대출기관이 헤지펀드가 어떤 자산을 급매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출기관 역시 그 자산을 팔려고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자산가격은 급락하게 될 것이다. LTCM에 자금을 빌려주었던 골드만 삭스와 다른 기관들이 98년에 이와 똑같이 행동한 적이 있다. (골드만 삭스는 매도의 사실은 인정하지만 떳떳한 행동이었으며 은폐한 정보는 없었다고 말한다.) 차입자가 한달에 한번 정도만 자산포지션을 공개한다면 기업공시가 초래하는 불안정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퍼사우드는 주장한다. 그는 "기업공시가 종교와 같은 신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보다 훨씬 더 불안한 요소는 포트폴리오의 위험도가 위기촉발 가능 수준에 육박했을 때 자산을 팔도록 촉구하는 '위험노출가치(value-at-risk)' 시스템이라고 퍼사우드는 지적한다. 바젤II 협정이 요구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하락장세에서 매도를 강요한다. 만약 한 회사가 이 전략을 쓴다면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다 이 전략을 사용하면, 모두가 똑같은 시점에 팔려고 나설 것이다. 퍼사우드는 위험노출가치 시스템이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확산 때와 같이 패닉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비난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자산 관리자로서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는 누가 무엇을 언제 거래하는지를 알고 있다.

헤지펀드는 다른 투자자들이 모두 팔려고 할 때 사거나 모두 사려고 할 때 파는 등 일반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그러나 은행들이 위험노출가치 시스템에 따라 헤지펀드가 돈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대출을 거부한다면 헤지펀드는 안정화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다. 퍼사우드는 위험노출가치 모델이 은행으로 하여금 상황이 좋을 때는 과도하게 대출을 해주고 상황이 나빠지면 갑작스럽게 대출을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바젤II 협정이 규제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은행 자체의 리스크 모델에 떠넘기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는 은행에게 자신의 리스크를 스스로 측정하도록 맡기는 것은 "죄수에게 수용소 책임을 맡기는 격"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산 가격의 일시적 변동에 대한 개입은 줄이고 위험한 자산운용 관행(예컨대 자산과 부채를 서로 다른 통화로 두는 것)에 개입하는 전통적 방식의 정부 감독을 선호한다.

바젤II 협정에 찬성하는 이들은 퍼사우드가 위험을 과장하고 기업공시와 위험노출가치 방법의 이득을 과소평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도 퍼사우드의 지적이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안다. 퍼사우드는 '벼랑 끝에서 양떼 몰고 가기'라는 논문으로 국제금융원(International Institute of Finance)이 수여하는 대상을 수상했다. 헤지펀드에는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고 헤지펀드라는 질병을 고치는 치료법이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BUSINESS WEEK』 (美) 2001.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