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히트상품의 5가지 키워드

'個의 시대' 한층 더 심화

히트상품의 다섯가지 키워드는 '근거리', '감동', '간편', '환경', '건강'으로 집약된다.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상품이나 로봇이 히트상품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한편 '단타'를 노리고 한정된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도 살아남을 것이다.



21세기 히트상품 예측

곧 다가올 21세기에는 어떤 히트상품이 나올까? 『닛케이 비즈니스』 독자를 대상으로 한 앙케트에서는 '차세대 휴대전화'가 1위를 차지했다. 20세기 말 히트상품이 그대로 다음 세기에도 기능을 추가하면서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위 안에 든 상품 중에는 이미 발매되었거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띈다. '디지털TV', '환경친화형 자동차', 'DVD', 'i모드' 등은 이미 인기상품으로 점포에 진열되어 있다.

한편, '로봇'이나 '우주여행'은 실현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직 보급에는 미치지 못한 미래상품의 대표격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혼다기켄(本田技硏)공업과 소니가 두다리로 걷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가격이 적당해지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순위에서 상위 20위 안에 든 상품을 보면 21세기 히트상품의 방향성이 보인다. 키워드는 다섯가지다.

'근거리'는 지리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상품이다. '감동'은 기술혁신으로 취미나 오락 세계에 태어나는 신상품이다. '간편'은 문자 그대로 일이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환경'은 低공해·低연비를 실현하는 것을 나타낸다. '건강'에는 의료나 介護,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분류했다.

표를 보면 상위에 랭크된 상품이 복수 요소에 걸쳐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눈에 띈다. 상위 10위까지는 복수 요소를 가진 상품이 5개 있지만 11∼20위에는 3개, 21∼30위에는 1개가 있다.


3가지 이상의 키워드를 겸비해야

21세기 대히트상품은 이 다섯가지의 키워드를 겸비한 상품으로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두가지의 요소를 갖춘 상품은 있지만 세가지 이상을 갖춘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차세대휴대전화는 '근거리'와 '간편'이라는 두가지의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거기에 고품질의 휴대오디오나 액정TV와 같은 기눙이 부가되면 '감동'이라는 요소도 더해진다. 그렇게 되면 더 한층의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목표는 이런 세가지 요소를 갖춘 상품이다.

환경친화형 자동차도 세가지 요소를 갖춘 상품의 예비군이다. 지금으로서는 '환경'이라는 요소에만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스피드나 조작성을 높여 엔진자동차를 능가하는 기능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감동'과 '근거리'와 같은 자동차가 본래 가지고 있던 두가지 요소가 더해져 세가지의 요소가 갖추어지게 된다.

다른 상품도 세가지 요소를 갖춘 상품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건강'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어떻게 집어넣는가가 문제가 된다. 이런 발상은 20세기까지의 히트상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이 키워드가 중요해진다.

"바이오테크놀러지가 의료를 발달시켜 100세가 넘는 고령자가 당연하게 여겨지게 된다"[하쿠호도(博報 堂)생활종합연구소의 세키자와(關澤英彦) 소장]. 게놈해석으로 의료의 정밀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개개의 유전자의 움직임이 해명되면 획기적인 신약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환자의 체질에 따라 약을 구별해 쓰는 '테일러메이드 의료'도 등장할 것이다. 클론기술을 응용해 인공장기를 만들고 상처나 질병, 노화의 환부를 바꾸는 의료가 이루어지면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도경제성장기에는 '환경'이나 '건강'을 희생하더라도 성능 좋은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는 이 두가지 요소를 어떻게 신상품에 집어넣는가가 문제가 된다. 그것이 세가지 요소를 갖춘 상품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로봇과 가상공간이 일으키는 혁명

20세기의 자동차와 텔레비전처럼 사회생활을 바꾸는 히트상품이 21세기에도 나타날 것인가? 대답은 'Yes'다. 세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궁극의 히트상품은 '로봇'과 '가상현실'일 것이다.

이미 20세기 말에 이 두가지 상품의 試作品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로봇은 소형·경량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그 움직임도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로봇의 지능이 얼마만큼 인간에게 접근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직장이나 가정 내의 단순작업을 처리하는 시대는 올 것이다. 이 '간편'이라는 요소는 물론이거니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명의에게 외과수술을 받는 것 같은 원격의료도 기대되고 있다. 이것은 '근거리',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해당한다.

로봇이 보급된 경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리기 어렵다. 가정과 가족의 모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 아내보다 로봇과 사는 쪽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기무라(木村尙三郞) 도쿄대학 명예교수]이라는 미래예상은 사회 구조나 사람들의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어댈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가상현실 관련 상품은 컴퓨터와 액정표시기술 등이 진화함에 따라 보다 현장감있는 가상체험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눈의 망각에 영상을 보내는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전신에 자극을 보내는 전용 슈트를 입고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 미각, 후각도 자극하는 긍극의 가상공간이 실현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집에 있으면서 리조트나 정글 등을 유사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근거리', '간편' 이라는 키워드를 갖춘 가상현실은 현실세계로부터 벗어나 또 하나의 인생을 즐기도록 하는 '감동'을 줄 것이다. 이런 대히트상품의 보급은 20∼30년 후로 예상된다.

"휴대전화는 1970년 오사카(大阪) 만국박람회에 출전되고 나서 대략 20여년을 거쳐 보급됐다"고 산와(三和)종합연구소의 모리나가(森永卓郞) 수석연구원은 회상한다. 또한 20세기 대히트상품의 하나인 자동차도 비슷한 기간을 거쳐 보급됐다. 19세기 말에 원형이 완성된 자동차는 약 30년 후인 1925년이 되어 'T형 포드'가 사상 최다의 생산대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미국 국민 다섯명 중 한명이 자동차를 보유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런 사례에서 볼 때 획기적인 대히트상품은 초기형 상품이 태어나고 나서 대개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21세기의 대히트상품인 로봇과 가상현실은 2020년대에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사회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영원히 지속될 21세기형 마케팅

21세기 대히트상품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성장해가는 한편, 기존의 소비재메이커나 유통기업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만 할 것인가?

오리콘의 고이케(小池聰行) 사장이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내놓고 있다. "21세기에는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받아들여지는 국지적 히트가 난립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진다." 기호의 다양화와 정보화라는 두가지 흐름이 겹쳐 사람들이 흥미있는 분야에 소비를 집중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마이붐'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듯이 자신만이 높게 평가하는 상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거기에 인터넷 등의 정보망으로부터 대량이면서 상세한 상품·서비스 정보가 들어온다. '옆사람이 샀으니까 나도 산다'는 '충동구매'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는 국민적인 히트곡은 생겨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고이케 사장은 그렇지만 한정된 고객층을 위한 히트곡을 만들어냄으로써 음악산업은 활성화될 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마고(孫)'의 히트가 상징적이다. 엔카라는 쇠퇴하고 있는 장르(시장)였지만 고객층이 손자가 있을 만큼 고령화되고 있는 현상을 잘 포착해서 전통적인 '나니와부시(浪花節: 의리나 인정을 노래한 대중적인 창)'적인 가사로부터 대담하게 作風을 바꿔 성공했다.

실은 한정된 시장에서는 60년대의 매스마켓에서도 볼 수 없었던 '충동구매'가 있다고 한다. 같은 기호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좋다고 얘기가 나오는 상품은 반드시 손에 넣고 싶어한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심리는 공통 체험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다.

고도성장기의 충동구매는 이웃이나 직장 동료와 같이 물리적인 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충동구매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에 의해 퍼진다. '화제에 따라가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눌려 단기간에 급격히 매출이 늘어난다.

하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소비를 반복하다 보면 고객의 안식이 높아진다. 어중간한 상품을 내놓아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조금 화제가 된다 하더라도 이내 본질이 간파되어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다. 일찍이 이세탄(伊勢丹)의 유명한 바이어였던 에스테스의 후지마키(藤卷幸夫) 이사는 "안이한 제조는 그만두어야만 한다. 보편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낼 정도의 열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물건'이라고 인정받는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틈새시장으로 좁히는 새로운 히트전략

그런 시대 흐름을 알아차려서 한정시장을 깊이 파고드는 기업은 21세기도 확실히 승자로서 살아남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세븐일레븐 저팬의 도시락이 그것이다. 이제까지 편의점은 잘 팔리는 상품만을 가져다 진열하는 전략으로 성공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짧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도시락과 반찬은 매주 신상품을 투입해서 그 새로움으로 매출을 올려왔다. 하지만 개발담당인 이사카(井阪隆一) 시니어 머천다이저는 "이제까지처럼 개발자의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15년 전에는 도시락 신상품이 월 두가지 정도였다. 그것이 5년 전에는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98년에는 신상품이 팔리지 않는 케이스가 눈에 띄게 되었고 도시락 부문의 월 판매가 전년동기에 비해 감소하는 사태에 빠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독특한 맛의 스파게티를 내놓았지만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를 구입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확실히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정받는 맛으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프로요리사를 불러 그 조리방법을 분석하는 등의 충실한 연구부터 시작해서 요리재료나 조리기구, 공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했다. 그 결과 예를 들어 카레에서는 양파의 사용량이 40배로 늘었다. 자사공장에서는 양파의 조리가 원활하지 못해 외부위탁으로 바꿨다.

이와 같이 프로의 요리를 재현하려는 시도는 적중했다. 도시락의 라이프 사이클은 이전의 3배로 늘어났고 매출은 다시 성장궤도로 돌아섰다.

철저하게 틈새시장에 파고 들어가 잠재적인 욕구를 찾아낸다. 그런 충실한 전략으로 약진하고 있는 기업이 또 있다. 고바야시(小林)제약은 2000년 3월결산의 매출액이 1,738억엔으로 전기에 비해 9%가 늘었다. 이번 결산에도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세면장 수도꼭지 주변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시트, 욕실 배수구에 붙은 머리카락을 간단히 제거하는 시트 등 그런 조그만 아이디어상품을 연간 30개 이상이나 세상에 내놓아 연달아 히트시켰다. 하지만 결코 안이하게 신제품을 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개발방법은 주부나 고령자들의 다양한 생활장면을 상정하고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비자가 이미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어느 회사에서나 상품화에 매달리고 있다. 때문에 어떻게 상상력을 발동하여 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마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활상의 개선점을 밝혀내는지가 승부의 갈림길이다.

"이미 大衆은 존재하지 않는다. 個衆의 시대"라고 연구개발컴퍼니의 스지노프레지던트는 보고 있다. 엄격한 아이디어의 할당책임량을 사원들에게 부과해 금년만 해도 3만개의 제안을 짜냈다. 거기에서 불과 3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신상품으로 채택한다. 엄선된 아이디어상품은 목표한 고객층에게 지지를 받아 같은 불편함을 안고 있던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이다.

21세기, 기존산업으로 승부하는 기업은 화려한 대히트상품을 인식하지 말고 한정된 시장에서 작은 히트를 거듭해가는 충실한 노력이 요구된다.
『日經 비즈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