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으로 팔아라
사람들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입소문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여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그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과 개인이동통신 등 사람들 간의 정보 공유와 의사 소통을 돕는 도구들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입소문도 보다 급속히, 그리고 대규모로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보통사람들은 씨밀락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극진히 생각하는 한국의 엄마들 사이에서는 조용하게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권하더라. 미국 최대의 믿을 만한 분유업체가 만든 제품인데, 살은 찌지 않으나 단단하고 잔병 없게 아이를 자라게 한다더라." 그리고 씨밀락을 먹인 엄마들은 이를 긍정하고 다른 엄마들에게 권한다.

口傳(word of mouth)은 자연스런 사회적 현상으로 물건판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것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입소문 마케팅'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인류가 물건을 상업적으로 팔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한 최초의 마케팅 수단이다.

인터넷시대, 우리는 말의 위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의사소통의 기반으로써 광역성과 신속성을 점점 더 강화시켜 발 없는 말(言)이 천리가 아니라 순식간에 지구 전체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얼마 전 유명백화점의 한 외제화장품 매장에서 소비자를 무시한 언행을 했다가 그 사실이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져 백화점과 화장품 수입업자가 공식 사과를 한 적도 있었다. 특히 인터넷상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는 그 전문성과 깊이가 예사롭지 않은 경우도 많아 새로운 여론 형성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수록 마케터들은 답답하다. 입소문의 위력은 점점 더 커지고, 이를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엠마뉴엘 로젠이 지은 『입소문으로 팔아라』는 이런 마케터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오랫동안 마케터로서 현장에서 뛰었고, 최근까지 나일스 소프트웨어라는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로 근무하면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을 주도한 실무자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실무형 전문가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입소문에 대해서 철저하게 해부한 것에 있다.

저자는 마케팅에서 입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상품의 품질임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입소문은 좋은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입소문 마케팅이 필요한 세상

사람들은 지금을 '정보홍수시대'라고 한다. 뉴욕타임즈가 하루에 싣는 정보는 17세기 영국인들이 평생 접했던 것보다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엄청난 정보가 어딜 가든 五感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지기를 바라면서 널려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은 정보에 무감각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정말 어렵다. 일단, 광고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상품을 소개해야 하는데, 웬만해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가 없다. 과거 베네통의 파격적인 광고와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엽기적인 광고, 재미있는 드라마 같은 광고 등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광고가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쉽게 접하는 정보를 그 누구도 쉽게 믿지는 않는다.

최근 고객관계경영(CRM)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마케팅 교과서에 있는 관계마케팅, 나아가 데이터베이스 또는 1 : 1 마케팅을 경영에 활용한 것이다.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통하여 신뢰를 심어준다면 고객들의 호응도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이러이러한 정보가 있으니 읽어보고 사용하시오'라고 공지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정보 홍수의 시대에 기업은 양방향 마케팅 혹은 관계형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물건을 팔 수 있다. 기업은 어떻게 고객의 관심을 끌고,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큰 숙제로 계속 남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제품에 대한 좋은 입소문은 자연스럽게 고객의 관심을 끌게 해주고, 관계를 맺게 해준다. 저자는 입소문이 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활동에 의한 행동이므로 그 위력은 주입식인 기존의 마케팅 활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입소문의 본질과 활용

입소문은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 마케팅 활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전파하는 것이 입소문의 본질이다. 만약 전파에 일정 인센티브를 준다면 그것은 광고가 되며 의도적인 부풀려짐이 가미되어, 제품을 사용해 본 고객들은 금방 실망하게 될 것이고 입소문은 더 이상 퍼지기 어려울 것이다. 마케터들은 이런 점에서 기존 광고와의 차이점을 이해하여 적절히 기존 마케팅활동들과 입소문을 함께 활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을 통해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자연적인 것(본능)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사람들은 본능적인 것, 특히 생존에 관한 것(구직 등)은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화를 통해 서로가 연결하고 공감한다. 이 가운데 자연스럽고 가볍게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대상이 현재 사용하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정보를 퍼뜨리고 분석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간접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위험 부담과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경제적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는다.

저자는 입소문 마케팅의 원리와 근거, 영향력 등을 이론적인 면과 함께 많은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서 차근차근히 알기 쉽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모임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입소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10가지 원칙(네트워크의 10원칙)으로 정리하여 시사점을 마케터들에게 알기 쉽게 제시했다.

네트워크의 10원칙에는 입소문에 대해 막연하게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던 것에 대한 증명과 오해에 대한 정정이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에게 입소문의 영향력을 크게 줄 수 있는 관계는 가까운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연구결과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상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간에는 새로운 정보가 없는 반면,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과는 새로운 정보교환이 많기 때문에 보다 흥미로워서 입소문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오해도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입소문에 대해 매우 다급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좋은 제품은 열화와 같이 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항상 경쟁자 또는 방해자가 있고 입소문으로 전파되는 정보도 너무 많아 잘 잊어버릴 수 있으며,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이야기하는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여간해서는 쉽게 입소문이 퍼지질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입소문은 진실이라는 것과 제품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오해들은 판매자의 입장이 아니라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객의 입장이 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입소문 마케팅 성공전략

앞에서 저자가 제시한 입소문의 원칙들은 마케터들에게 입소문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게 하며 나아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는 시종일관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하게 포장된 입소문은 곧 사라져버리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반대로 소문을 듣고 써 봤을 때,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으면 입소문은 원자폭탄처럼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퍼져갈 수 있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먼저 제품이 입소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인위적인 활동(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 두가지가 잘 조화되었을 때, 입소문 마케팅은 성공의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1. 전염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
저자는 고객 스스로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을 전염적인 제품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새롭거나 호환성이 있거나 눈에 띄거나 사용하기가 월등하게 쉬운 등등 뭔가 기존의 것과 달라서 이야기꺼리가 될 수 있는 요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시키는 제품 즉, 겸손하게 시작하여 고객들에게 기대보다 더욱 큰 만족을 제공하는 성질이 내재되어야 한다. 기대보다 실망이 크면 고객들은 더 이상 긍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입소문이 퍼져 나간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방법에는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품질에 비해 가격을 낮게 매기는 것 등이 있다. 포드의 머스탱과 팜파일럿이 예상 가격보다 낮아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사례다.

2. 자연적 전염의 가속화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입소문이 더욱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제품정보나 시제품을 입소문이 잘 퍼질만한 사람들의 모임에 전파하고,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기존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며 그 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들이 이러한 방법이다.

이 책은 마케터들과 경영자들을 위한 책이다. 마케터들에게 입소문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는 매뉴얼로서 의미가 있다. 경영자들에게는 어떻게 고객 혹은 시장을 생각해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저자는 끝까지 강조한다. 마케팅의 출발은 좋은 제품의 개발이며, 그리고 나서 제품을 써 본 고객이 자발적으로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할 때 비로서 입소문이 퍼져나갈 수 있다. 다만 마케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입소문이 왜곡되지 않고 보다 쉽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본은 품질에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마케터들은 특히 이 책의 3부를 놓쳐서는 안된다. 입소문을 실전에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아주 쓸만한 것들이 많다. 모든 내용을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출발한 사례위주로 풀어나간 것에 가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