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리브랜딩 전략


21세기 문턱에서 상표전략(branding)은 마케팅 분야에서 떠들썩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떠들썩함 뒤에는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일관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도사리고 있다. 기존의 회사 이미지에 새로운 얼굴을 입히는 것은 큰 도전이지만, 그 보상은 어느 때보다 크다.

기업 정체성에 대한 노출 증가는 "5년 전과 비교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기업 브랜드 전문회사인 '프로펫 브랜드 스트래티지(Prophet Brand Strategy)'의 시카고 사무실에서 파트너로 있는 스코트 데이비스는 말한다. 기업들은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수많은 통로(구매 관련 서류나 고객 서비스 콜센터 등 고객과 접촉하는 전통적인 통로뿐 아니라 웹사이트, 배너광고, 이메일, 심지어 휴대 전화와 PDA로 보내지는 무선 광고에 이르기까지)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만 한다.

여러 산업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대형 합병의 추세 속에서 기업의 리브랜딩 활동 역시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엔터프라이즈 IG에 따르면 2000년도에 리브랜딩 활동은 전세계적으로 3,893건이었는데 이 중 53%가 M&A와 관련된 것이었다(비교 가능한 1999년 자료는 없지만 99년 미국에서 있었던 총 2,967건의 회사 상호 변경 중 M&A 관련 건수는 약 32%를 차지했다). 통신회사인 벨 애틀랜틱과 GTE 간의 합병으로 지난 8월에 탄생한 베리즌 커뮤니케이션즈는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예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 이름들을 모두 잊게 해줄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뉴욕에 본부를 둔 이 회사에서 브랜드 경영과 마케팅 서비스를 담당하는 선임 부사장인 잰 킬러는 말한다. 과거의 이름들은 너무 많은 혼란을 야기시키며 구식의 전화회사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고속 인터넷과 무선 서비스라는 혁신적인 분야의 마케팅을 후퇴시켰다"고 그녀는 말한다.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들은 "단지 과거의 이름들을 한데 붙인 긴 이름을 피하고자 한다"고 데이비스는 말한다. 예를 들어, 'Verizon'은 'horizen'과 'veritas'라는 두 단어에서 따왔다. 새로운 이름은 하나로 결합된 회사의 이미지에 더 잘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엔터프라이즈 IG에 따르면 분사나 기업 분할은 2000년에 있었던 전체 브랜드 변경 건수의 약 5%인 182건을 차지한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사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터넷 사업과 기술 컨설팅 회사인 (앤더슨 컨설팅이 전신인) 엑센추어였다. 지난해에 내려진 중재자의 결정으로 엑센추어는 회계 및 감사회사인 아서 앤더슨과 분리되었지만 높은 명성의 '앤더슨'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엑센추어[미래(future)에 대한 강조(accent)라는 의미]는 최근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인터넷과 신기술 기업에 대한 컨설팅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기 원했다고 엑센추어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인 짐 머피는 말한다.

현재의 고객과 잠재적 고객들을 성공적으로 재교육시키고 목표시장에서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확고히 정립시키는 것은 엄청난 과업이다.

"그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어떤 일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머피는 말한다(사실 엑센추어와 베리즌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리브랜딩 캠페인'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활동의 규모가 컸던 만큼 위험도 컸다. 예를 들어, 엑센추어의 리브랜딩은 1월 1일에 시작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55개의 팀을 가동시켰다. 그들의 프로젝트는 전세계에 걸쳐 있는 17개의 부서에서 모든 판촉물과 홍보물을 다시 제작하고 재디자인하는 일, 엑센추어가 일하고 있는 5,000개에 이르는 사무실에 새로운 간판을 거는 일, 내부 직원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새로운 9,000페이지짜리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 새로운 브랜드명 제안건들을 전세계적으로 모집하여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작업(엑센추어는 5,000개의 후보 브랜드명을 고려했다), 외국의 상표법을 침해하지 않도록 검토하는 것을 포함한 상호변경과 관련된 법적 작업 등을 수반했다. 한편 100만달러어치의 앤더슨 컨설팅의 비품들, 즉 회사 로고가 찍힌 노트패드, 펜, 커피 컵 등이 자선 단체에 기부되었다.

킬러에 따르면 베리즌에서는 브랜드를 바꿈에 따라 창고와 서비스 센터는 물론 7만개에 달하는 트럭과 서비스 차량들을 도색하는데 비용이 발생했다. 도색과 새로운 간판 제작이 리브랜딩 예산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새로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지난 여름에 내보낸 4주간의 특별 TV광고, 인쇄광고 비용을 초과했다(킬러는 4주간 진행된 이 리브랜딩 광고 캠페인이 베리즌이 일상적으로 내보내는 상당한 규모의 광고와는 별도라는 것을 지적한다). 베리즌의 캠페인은 또한 25만개에 이르는 공중전화에 상표를 새로 붙이고 9,100만개의 고객용 요금 계산서를 재디자인하며 비디오와 다른 종류의 가정용 직원 교육물을 제작하는 것을 포함했다.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리브랜딩 노력에 대한 금전적인 세부사항을 더 이상 밝히려 하지 않지만, 엑센추어의 임원들은 예를 들어 리브랜딩 광고 예산 하나만도 약 1억7,500만달러가 소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수치는 캠페인과 관련하여 인쇄, 방송, 인터넷 광고를 제작하고 내보내는 데만 사용된 금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케팅 조사, 웹사이트 디자인, 컨설팅 비용과 그 외 드러나지 않는 기타 비용들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액센추어는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 움직임으로 이 캠페인의 결과를 측정할 수 없으며 매출액으로 그 효과를 예측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머피는 고객과 사업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전화와 우편 설물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월간 마케팅 조사 보고서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리브랜딩의 성공에 대한) 월간 보고서들에 따르면 성과가 기대를 뛰어넘는다"고 머피는 말한다. "더 큰 문제들을 예상했지만 새로운 이름에 대해 괄목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한편 베리즌의 잰 킬러는 회사의 전반적인 영업을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베리즌의 리브랜딩 캠페인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말한다. 베리즌의 주가는 변동폭이 컸지만 7월 30일 새로운 이름이 공식적으로 발효된 후로는 40달러 후반대에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베리즌은 또한 캠페인의 성공을 가늠하기 위해 2001년에 질적, 양적 마케팅 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M&A 붐이 한창인 가운데에도, 일부 기업들은 단순히 좀더 인지가 쉬운 통합 브랜드를 만들려는 희망으로 그들의 이름을 바꾸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IG가 조사한 통계치들은 2000년도에 바뀐 회사 이름들의 37%는 단지 '순수하게 이름만 바꾼' 경우임을 보여준다.

미시건의 블룸필드에 본부를 둔 국내 주택건설회사인 펄트의 임원들은 2000년 1월, 매출 증가를 위해 좀 더 인지가 쉬운 새로운 이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새로운 주택구매자들을 대상으로 99년에 이루어진 소비자 조사를 통해 펄트는 고객의 35%는 어느 회사가 자신의 집을 지었는지 모르고 있음을 발견했다. 사실 응답자의 60%는 주택건설회사의 이름을 하나도 대지 못했다.

"주택산업 규모는 1,500억달러에 이를 만큼 대규모지만, 사실상 브랜드가 없는 산업에 속해 있었다"고 연간 매출이 40억달러가 넘는 펄트의 마켓팅 담당 부사장인 짐 레진스키는 말한다.

펄트의 임원들은 2000년 초반 펄트의 임원들이 좀더 매력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지은 '펄트 홈즈'라는 새로운 이름을 테스트하기 위해 코네티컷 그린위치에 본부를 둔 NFO 월드와이드와 뉴욕에 본부를 둔 해리스 인터액티브라는 마케팅 조사회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레진스키는 말한다. 마케팅 조사업체들은 새로운 로고 디자인들[뉴욕의 광고 에이전시인 달시, 미시우스, 벤톤 앤 바울스(DMBB)가 준비한]을 피닉스, 애틀랜타, 시카고 주변의 교외지역에 사는 유력한 주택구매자들로 구성된 집단을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그 이름과 새로운 로고가 포커스 집단들에서 성공을 거두자 DMBB는 2000년 미국 전역에 있는 이 회사의 400개 영업 사무소를 위해 새로운 간판을 제작했다.

최종 결과는 300만달러짜리 리브랜딩 캠페인이었다. 뉴욕에서 벌어진 메이시의 2000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서 홍보용 풍선과 함께 시작되었고 이 회사의 새로운 이름과 로고를 실은 4분기 TV, 신문광고 시리즈가 선봉에 섰다. 펄트는 이 캠페인의 실효성을 측정하기 위해 2001년에도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펄트의 주가는 2000년 마지막 두달 동안 15% 상승했지만 2001년 초반에는 리브랜딩 이전 가격인 30달러 중반대로 주춤했다.

밀워키에 본부를 둔 유니버셜 푸드에게 있어서 브랜드 변경은 회사 이름에 단순히 묘사적인 용어를 덧붙이는 것보다 좀더 복잡했다. 5월에 센시언트 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화장품, 컴퓨터, 음식, 주택, 약품 등에 색, 질감, 향기를 주는 회사의 사업을 더 잘 보여주는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했다. 유니버셜 푸드란 이름은 이 회사가 단지 식품첨가물을 만든다는 느낌을 주었다.

"6년 전 우리의 가장 주요한 고객은 제과점이었다. 현재는 휴렛팩커드"라고 CEO인 켄 매닝은 설명한다.

센시언트는 결국 약 30만달러 규모의 캠페인을 출범시켰는데 여기엔 새로운 웹사이트(뉴욕에 있는 라조피시社가 디자인함)와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에 새 이름을 소개하는 전면 광고가 포함되어 있었다.

센시언트는 2001년 중반에 리브랜딩 캠페인에 대한 대대적인 분석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 새로운 이름이 정확히 무엇을 전달하는지를 조사할 특정 집단을 포함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반응은 '지극히 긍정적'이라고 매닝은 말한다. 그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현재 이 회사에 대한 좀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주가는 이 새로운 이름이 5월 1일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주당 23달러에서 약 44%나 상승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주가의 움직임이 브랜딩 노력의 성공 혹은 실패를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임을 잘 안다. 그들은 처음의 브랜드 홍보 노력이 투자자들, 소비자들, 고용인들을 많이 감동시킬수록 이후의 리브랜딩 캠페인에서는 전체적인 일관성에 도달하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안다. 엄청나게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최근의 캠페인들은 마케팅 담당자들, CEO들, 외부 컨설턴트들이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어떻게 좀더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들은 기업의 광고 캠페인과 실제 이미지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고객들이 구매를 거부할 것이란 사실에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고 데이비스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