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실

"품절이 되지 않았다면 팔렸을 매상분은 결국 손실인 셈이다."


우리 집 근처에 식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슈퍼마켓이 두 곳 있다. 언제나 퇴근길에 들르기 때문에 내가 가게에 들어가는 것은 늘 폐점시간 30분쯤 전이다.

같은 슈퍼마켓이지만 신선식품 매장이 좋은 대조를 보여 흥미롭다. 한 쪽 점포 A는 모든 물품을 다 팔아서 매장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그에 반해 다른 쪽 점포 B에는 할인표시가 붙어 있는 초밥이나 샐러드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이다.

신선식품의 경우, 그 날 안에 상품을 다 팔지 못하면 남은 상품은 전부 폐기해야만 한다. 상품을 하나 폐기할 때마다 팔린 상품 여러 개분의 이익이 날아가버린다. 그러므로 점포 A처럼 상품을 다 팔아버리는 점포가 경영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거기에 함정이 있다. 상품이 다 팔렸다는 것은 품절이 발생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원래는 그 상품에 대해 더 많은 수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집 근처의 두 점포의 실적을 조사해 보니 점포 B가 점포 A보다 좋았다. B는 상품폐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팔지 못해 생기는 손실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좀처럼 신경을 쓰지 않는다.

품절 후의 상품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작업을 리스크를 각오하고 실천하지 않고서는 매력적인 점포 만들기는 물론 지속적인 성장도 있을 수 없다. 경영자의 수완이 시험대에 오르는 부분이다.


고베(神戶)대학 조교수 오가와 스스무(小川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