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변해야

정확한 기업상을 인식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여러가지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기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채용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래를 위해 뛰어난 젊은이를 찾으려면 우선 기업을 변혁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꿈을 등에 업고 있고 일본의 IT를 이끌어 가며 장래를 바꿔놓을 참신하고 유연한 회사, 즉 i모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책임은 지려하지 않고 조직에 융합하여 실수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전형적인 舊일본식 회사, 즉 행동이 느린 관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NTT도코모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대의 젊은 사원은 입사 전과 입사 후에 느낀 이 회사의 인상을 이와 같이 표현한다. 이 사람이 학창시절에 이 회사에 대한 정보수집을 게을리 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취업정보지와 회사안내서에 써 있는 내용은 '10%밖에 믿지 않겠다'는 냉정한 마음을 가지고 도코모의 현역사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인물이 동일 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에 있어 입사 전과 입사 후에 이만큼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도코모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일본기업은 아직까지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망한 학생을 채용했다 하더라도 실제의 기업풍토와 직장환경이 학생이 알고 있던 것과 거리가 멀다면 쌍방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채용한 학생이 이직하게 되면 막대한 채용코스트가 낭비되는 셈이다.


노무라증권, 닛쇼이와이는 리크루터제도 폐지

기업이 채용업무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학생에게 기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담한 제도를 당장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정보를 명시할 자세는 보이고 있다.

고베(神戶)대학 경영학부의 가나이(金井壽宏) 교수도 기업은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나이 교수는 미국의 학자 존 와나우스의 연구에 기초해 기업의 진정한 모습을 학생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세가지 이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①처음부터 그 기업의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아는 것은 입사 후의 쇼크를 줄여주는 '백신 효과'가 있다.

②어느 정도 일의 힘든 면을 보여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입사지원을 단념케 하는 '셀프 스크리닝 기능'이 있다.

③어려움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각오가 되어 있는 만큼 성실히 일하게 되는 '코미트먼트 기능'이 있다.

또한 기업 스스로가 정보명시의 필요를 느껴 변화한 사례도 늘고 있다.

"채용에 관한 방침의 변경은 경영과제였다"고 노무라(野村)증권 인사부의 지노(知野裕) 채용과장은 말한다. 이 회사는 특정대학의 신규졸업생만을 채용하기 위한 소위 리크루터제도를 1999년도 채용부터 폐지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유명대학의 학생이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는 대학선배를 만난다는 형식으로 면접을 해왔다. 그 결과 채용활동은 특정대학에만 한정되었기 때문에 입사하는 사람도 획일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것이 180°바뀌었다. 지금은 채용할 때 어느 대학 출신인지 일체 묻지 않는다.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본사 1층에는 '오픈 라이브러리'라고 부르는 공간을 마련하여 회사와 업계에 관한 자료를 비치해 놓았다.

마찬가지로 닛쇼이와이(日商岩井)도 출신대학, 성별, 국적으로 인한 불공평을 금년 4월의 신입사원 선발부터 전폐했다.

우선 사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이 상담연락을 해와도 좋다는 사원을 70명 뽑고, 이 사원들의 출신대학을 기재하지 않은 이들 명부를 작성한 뒤 인터넷을 통해 지원한 학생들에게 보냈다.

출신대학을 묻지 않게 된 결과 1급건축기사 자격을 가진 학생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전공하는 학생 등 과거에 상사를 지망하지 않았던 인재의 채용이 늘게 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후지(富士)사진필름은 지금까지 학교추천제에 의해 주로 채용해오던 자연과학계 학생들을 상대로 수년 전부터는 친절하고 정중하게 업무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후지사진필름은 매년 100명이 넘는 신규졸업자를 채용해왔다. 대부분이 기술자였다. 자신도 기술자인 인사부의 데구치(出口尙安) 주사는 "어떤 한 부서에 신입사원이 매년 배속되지는 않는다. 받아들이게 되는 부서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갖게 되므로 업무내용이나 의의를 잘 알고 납득한 뒤 직장에 들어와 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가령 학생이 면접 때에 '기초연구를 하고 싶다'고 희망한 바가 있다고 해도 학생이 생각한 '기초연구'와 실제업무가 다른 경우도 많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를 잘 들은 뒤에 '그런 업무는 상품개발 부문 쪽에서 가능하다'는 식으로 어드바이스를 한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그러나 대다수의 일본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보명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려는 학생들의 성향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젊은 사원의 이직률이 떨어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 때 기업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가지 해답은 '떠나는 자는 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업가를 지향하는 학생을 채용하는 제도를 신설한 산요(三洋)전기에서는 "우수한 학생은 자신의 장래의 비전이 명확한 만큼 언젠가는 퇴직하는 것이 당연하다. 잡아 앉히지 말고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의 인재를 찾아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카모토(岡本浩之) HR시스템즈 기획실장은 잘라 말한다.

산요가 그렇게까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창업가를 지향하는 인재를 얼마든지 획득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채용활동 변경에 앞서 기존사원의 대우와 처우를 극적으로 개혁한 것이 자신감을 갖게 된 원천이 됐다.

96년 봄에 그룹의 관리직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연공적인 職能給과 능력중시의 役割給을 혼합한 급여체계를 도입했다. 98년 봄에는 그룹의 일반사원 약 3만명에게도 능력을 중시한 직종별 임금제도를 도입했다.

또 2000년 4월부터는 관리직의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이행했다. 10월부터는 일반사원의 정기승급도 폐지했다.

기업이 학생에 대해서만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중시', '실력주의'를 내세우고 기존사원 처우에 관한 인사체계가 그 원칙에 따라가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기업의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산요의 경우 "회사 전체가 성과주의로 움직였기 때문에 실력을 중시하는 창업가 지향자에게는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비치게 된다"(오카모토 실장)는 것이다.

또 한가지의 해답은 "의욕적 젊은 사원이 일할 마당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소니와 히타치(日立)제작소, NEC 등이 채택하고 있는 사내공모제가 그 해답을 실현하기 위한 유력한 방식이다.

물론 기타의 직장환경이 정비된 뒤의 일이지만 이동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젊은 사원이 이직할 확률은 낮아진다.

'즉시 능력을 발휘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대다수의 기업 인사담당자는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와 같이 우수한 인재는 채용방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기대하는 바와 같이 기업에 정착하지 않는다. 기업이 인재채용을 훌륭하게 실현하려면 입사한 사원이 자신의 밝은 미래상을 그릴 수 있도록 조직이나 인사제도, 사풍 등을 변혁해 갈 필요가 있다.

뛰어난 젊은이에게 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회사를 개혁한 뒤 뛰어난 젊은이를 찾는 것이 기업활성화의 올바른 길인 것이다.
『WIRTSCHAFTSWOCHE』 (獨) 2001. 3. 29